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도 4~5년전에 얘기가 있었다."
메이저리그가 2020년부터 중간계투 원 포인트 릴리프가 사실상 사라진다. 부상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닝 도중 투수는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경기시간을 최소화하려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선수노조와 합의했다.
KBO 역시 경기시간 단축이 화두다. 젊은 팬들을 사로잡고 라이벌 콘텐츠와의 경쟁서 앞서가려면 무조건 3시간 내외로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다만, 메이저리그처럼 규칙까지 손질할 정도로 급진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서 롯데 양상문 감독이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15일 시범경기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우리도 4~5년 전 감독자회의에서 그 얘기가 있었다. 당시 감독들은 긴가민가했다. 원 포인트 릴리프들이 직업을 잃는 것 아니냐며 농담도 했다"라고 떠올렸다.
양 감독이 LG 사령탑을 맡던 시절이었다. 결과적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양 감독은 "KBO에서 그렇게 바꾸자고 하면 따라야 한다.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야구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왼손 원 포인트 릴리프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각 팀 불펜에 고정적인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를 둔 케이스가 거의 없다. 그런 이유에서 키움 장정석 감독은 "최근에 왼손 원 포인트 자체가 거의 없다"라면서 KBO리그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양 감독은 "투수교체에 드는 시간 자체는 줄어들겠지만, 경기시간이 단축될 것인지는 해봐야 안다"라고 말했다. 불펜투수가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하더라도 잘 던지지 못하고 볼넷이나 안타를 많이 맞으면 결국 경기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 실제 두산 김태형 감독이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감독은 스피드업 취지에 동의한다. 그러나 "시간을 줄이기 위해 굳이 규칙이나 규정까지 바꾸는 게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감독이 코치를 통해 선수들과 사인을 주고 받는 게 경기시간이 늘어지는 첫 번째 이유"라고 지적했다.
결국 메이저리그가 내년에 사실상 원 포인트 릴리프 폐지에 따른 시간단축 효과를 얼마나 볼지 지켜봐야 한다. KBO가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무조건 따라갈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KBO리그의 품질 논란, 인기하락 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의 변화를 무턱대고 간과할 수도 없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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