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개막 2연전에서 '통산 0승' 투수들이 연달아 데뷔 첫 승을 거둔 사례가 얼마나 될까.
SK 와이번스는 23일과 24일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개막 2연전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과 9위팀간 대결이었기에 결과만 보면 '당연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SK로서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진의 호투 속 승리했기 때문에 2연승 이상의 가치였다. 6회까지 4-4로 맞선 개막전에서는 7-4로, 7회까지 2-3으로 뒤진 둘째날에는 6-3으로 승리했다.
▲ 불펜진 대부분 젊은 투수… 더 중요한 베테랑 & 선발 역할
SK는 지난 몇 년간 수비와 함께 불펜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평균자책점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17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 1위(2위 키움 4.73)였던 반면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5.49로 7위에 그쳤다.
염경엽 감독 역시 스프링캠프 전부터 이 부분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다. 개막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불펜투수 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개막 시리즈 SK 불펜진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불과 1년, 2년 전까지 타자였던 하재훈과 강지광을 비롯해 박민호, 서진용, 김택형, 이승진(롱릴리프)에 마무리 김태훈까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30대 중반이 넘는 선수는 박정배, 한 명 뿐이다.
염 감독은 "올해는 중간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과정"이라며 "내년에는 확실한 승리조가 4명 정도는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풀시즌을 해봐야 경험이 늘어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염 감독 말처럼 "다 미지수"다. 염 감독 역시 이들이 한 시즌 내내 잘 던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별로 고비가 찾아올 때면 시기 별로 로테이션을 시켜가며 기용할 것이라고 계획을 드러냈다.
김태훈을 언급하며 "좋지 않을 때 연달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감기도 심하게 걸렸을 때와 가볍게 걸렸을 때의 회복 속도는 다르다"라는 표현은 비단 김태훈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투수 비중이 높지만 고참을 배척하지는 않는다. 그는 "고참 자리는 항상 1~2자리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개막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박희수, 신재웅, 채병용, 윤희상(부상)에게도 분명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참의 존재는 젊고 경험 적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염 감독은 "코치가 하는 조언과 선배가 하는 조언은 또 다르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선발투수는 웬만하면 이닝 종료 후 교체할 것"이라는 계획도 드러냈다. 이 역시 불펜투수들을 위한 조치다.
염 감독은 위기 상황에서 나서 이를 완벽히 막을 팀내 불펜투수가 현재는 거의 없다는 것을 냉정히 인식하고 있다. 이들이 성장할 때까지는 리그 정상급 선발진이 위기를 직접 막고 이닝을 끝내기를 바라고 있다.
▲ "첫 단추 잘 뀄다"… 완벽했던 개막 2연전
생각대로 되는 일보다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은 야구지만 SK에게 개막 2연전은 '생각대로'에 가까웠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가장 중점을 뒀던 불펜진은 염경엽 감독과 손혁 코치의 상상대로 일이 펼쳐졌다.
개막전에서 SK 벤치는 4-4로 맞선 7회에 하재훈을 투입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활동한 대부분의 시간을 타자로 뛴 선수였다.
거침 없었다. 강백호-멜 로하스 주니어-유한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만났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특히 강백호를 상대로는 패스트볼에 이은 커브로 상대를 농락했다. 패스트볼만 기다리고 있던 강백호는 하재훈의 커브에 힘없는 스윙을 했다.
하재훈이 삼자범퇴로 끝내자 타자들이 7회 화답했고 그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후 등판한 김택형과 김태훈 역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태훈도 데뷔 첫 세이브.
염 감독은 이튿날 경기를 앞두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감사하죠"라고 운을 뗀 뒤 "첫 단추를 잘 뀄다.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도움이 되는 결과였다. 안 던진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둘째날 경기에서도 젊은 불펜의 활약은 이어졌다. 7회 서진용, 8회 강지광은 나란히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서진용은 커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강지광 역시 패스트볼 밖에 없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안정감이 생겼다. 6회 무사 1, 2루에서 등판한 박민호 또한 최정의 실책성 수비 속 선행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지만 투구 내용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불펜진 호투 속 SK는 8회 또 다시 역전극을 펼쳤고 개막 2연전을 쓸어 담았다. 개막전 하재훈에 이어 둘째날 경기에는 '1군 5번째 등판'이었던 강지광이 데뷔 첫 승 기쁨을 누렸다.
아직 상대 타자들의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김광현이 6이닝 8피안타 3사사구 4실점, 앙헬 산체스가 5이닝 6피안타 3사사구 3실점에 만족한 상황에서 이들의 호투 행진을 단순히 상대 타자들의 떨어진 컨디션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
물론 염 감독 예상처럼 이들이 1년 내내 잘 던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젊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인만큼 기복이 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험 많은 고참이 항상 곁에 있고, 힘들 때는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코칭스태프가 있기에 이들의 성장 속도는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SK 야구는 기존 최대 단점 중 하나였던 불펜진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환해 나란히 데뷔 첫 승을 거둔 하재훈과 강지광(첫 번째 사진 왼쪽부터), SK 염경엽 감독(두 번째 사진), 박민호-김태훈-서진용-김택형(세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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