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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마블은 가볍고 DC는 무겁다는 편견 아닌 편견은 시간이 지날수록 엷어지고 있다. 마블은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올수록 전반적으로 어두워졌고, DC는 ‘아쿠아맨’을 기점으로 밝아지고 있다. ‘샤잠’은 DC 확장 유니버스가 마블만큼 다양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영화는 15살 소년 슈퍼히어로의 유쾌하고 발랄한 탄생기를 가족영화의 테마에 결합시켜 시종 유머러스하게 펼쳐낸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15살 소년 빌리 뱃슨(애셔 엔젤)은 세 살 때 엄마와 헤어진 뒤 위탁가정을 전전하다 바스케즈 부모에게 보내진다. 어느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 ‘선택된 자’를 찾고 있던 고대 마법사를 만나 슈퍼히어로 샤잠(제커리 레비)으로 다시 태어난다. 친구 프레디를 통해 슈퍼히어로 능력을 하나씩 깨우치던 샤잠은 7대 죄악으로 뭉쳐진 빌런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와 격돌을 벌인다.
‘아쿠아맨’과 ‘샤잠’의 공통점은 ‘자신이 있어야할 곳을 찾아가는 히어로의 여정’을 담았다는 점이다. 아쿠아맨은 처음엔 거부하다 결국 수중왕국의 제왕이 되고, 샤잠 역시 방황을 거듭하다 대안가족과 한데 어울리며 슈퍼히어로의 책임을 다한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과 달리, 샤잠은 누구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선한 본성’을 지닌 소년이 갑자기 슈퍼히어로가 됐을 때 벌어질법한 이야기를 제법 그럴싸하게 그려냈다.
슈트 때문에 화장실도 제대로 못간다고 투덜대거나 강도가 쏜 총에 얼굴을 맞은 뒤 간지럽다고 코를 찡긋거리는 등 이제 막 슈퍼히어로가 된 샤잠의 코믹한 연기가 시종 웃음보를 자극한다. 방탄, 스피드, 파워, 비행 등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친구 프레디와 각종 테스트를 시도하는 장면은 과연 DC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재기발랄하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이 ‘샤잠’의 매력이다.
가족영화를 중심에 둔 탓일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기존 DC영화에 비해 액션이 파워풀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체력, 마큐리의 스피드가 뿜어내는 슈퍼파워가 실감나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움직이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어떤 능력이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싸워야하는 처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올해 37살의 제커리 레비는 ‘아쿠아맨’의 제이슨 모모아와 함께 적역 캐스팅의 모범 사례다. 그의 얼굴엔 소년의 장난기가 잔뜩 묻어있다. 슈퍼히어로가 된 뒤에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 속엔 10대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10대의 어떤 누군가가 샤잠이 됐더라도 제커리 레비처럼 신나고 기뻐했을 것이다.
DC도 이제 코믹한 슈퍼히어로를 세상에 내보냈다. 이제 흥행 주문을 외칠 시간이다.
‘샤잠!’
[사진 = 워너브러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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