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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성장은 영원한 테마라고 생각해요."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데뷔해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추격자'(2008), '거북이 달린다'(2009), '전우치(2009), '황해'(2010), '완득이'(2010), '도둑들'(2012),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해무'(2013), '검은 사제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남한산성'(2017), '1987'(2017), '암수살인'(2018)에 이르기까지 배우로서 김윤석의 필모그래피는 가히 역대급이다.
그런 그가 '감독'으로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영화 '미성년'은 2014년 창작극 페스티벌을 통해 선발된 작품을 기반으로 이보람 작가와 김윤석이 극본을 썼다. 여성 작가의 섬세한 시선과 김윤석의 내공이 더해져 만들어진 '미성년'은 오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일 열린 '미성년' 언론시사회 이후에는 의외로 찬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투박하고 우직한 매력의 연기를 보여왔던 김윤석이 배우이자 감독으로 참여한 '미성년'은, 흡사 "다른 사람 아니냐"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부드럽고 심지어 웃음이 곳곳에서 터지는 김윤석의 연기와 콩트같은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김윤석은 자신을 감독으로 소개하며 "이 자리가 잊을 수 없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입을 뗐다. '미성년'은 하나의 사건으로 만나게 된 두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 중 김윤석은 불륜이라는 사건의 중심에 선 남편이자 아빠 대원 역을 맡았다. 극 중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고, 탄식이 흘러나오는데 그 완급 조절 또한 생각보다 훌륭히 해냈다.
김윤석 감독은 '대원' 캐릭터 작명에 대해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군부대 혹은 집단을 이루는 말이라고 하더라. 익명성을 보이기를 바랐다. 한 개인이 아니라 약해서 옹졸해지고 치사해질 때를 대변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대원 캐스팅이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었는데 부탁하기가 힘든 배역이더라. 의도적으로 대원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뒷모습이나 옆모습으로 찍었다. 개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또, 사건의 중심이 되는 '불륜남' 대원 캐릭터를 두고 "완전한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적대자)로 만들려고도 했다"라며 그의 캐릭터의 색깔에도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김윤석 감독은 "그렇다면 영주(염정아)가 이런 인간과 가정을 꾸렸을까, 그걸 눈치 못챌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일탈을 했던 인물로 그려야겠구나 싶었다. 수위 조절이 중요했다"라고 전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인 김윤석은 감독으로서의 데뷔작으로 인물들의 '성장'을 그렸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내 나이를 살아가면서 가장 와닿는 것이, 성숙한 성장은 죽는 날까지 노력하고 배려해야만 유지가 되는 것"이라며 심오하지만 그 본질을 언급했다.
김윤석 감독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성장을 멈추면 거꾸로 마이너스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성장은 영원한 테마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묵직한 생명성을 갖는 거라면, 내 첫 작품으로 과분할 정도로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요즘 사람들은 피하고 회피하고 숨어서 공격을 하는데, 이 네 사람이 만난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나면 분노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나서 갖는 서로에 대한 공감대가 신인 감독의 패기로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신인 감독으로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미성년'은 오는 11일 개봉을 앞뒀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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