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2018-2019시즌 KBL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은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건재한 사실을 알게 해준 무대였다. 사실 양동근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손목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2016-2017시즌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제 2004-2005시즌 데뷔 후 꾸준히 두 자릿수 평균득점을 올렸지만, 2016-2017시즌을 기점으로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2018-2019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30분을 소화하지 못했다.(26분53초)
단순히 출전시간, 평균 득점을 떠나 최근 1~2시즌 동안 양동근 특유의 많은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수비에서의 압박, 승부처의 임팩트가 떨어진 건 사실이었다. 그 사이 KBL 토종 최고가드를 논할 때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그 사이 자연스럽게 이대성이 전면에 나섰다. 이대성은 양동근이 주춤한 사이 무섭게 성장했다. 훗날 2018-2019시즌은 이대성이 KBL을 대표하는 최상급 가드로 성장한 시즌으로 기억될 게 확실하다.
여전히 살짝 좁은 시야와 기복이 약점이다. 하지만, 좋은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외국 단신선수 1명을 가볍게 지우는 극강의 수비력과 정확한 중, 장거리포, 속공 전개 및 마무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 시즌 내내 입증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로 보상 받았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서 양동근의 활약이 대단했다. 시즌 중반 발목 부상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히려 체력과 응집력이 좋아졌다. 4강 플레이오프서 마커스 킨(KCC)을 완벽에 가깝게 묶었고, 특유의 미드레인지슛과 속공전개도 여전했다.
전성기보다 1대1 마크능력은 살짝 약화됐다고 해도 플레이오프, 챔프전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전자랜드의 외곽을 묶기 위해 상황에 따라 파이트스루(스크린에 걸릴 때 스크린을 뚫고 따라가서 드리블러를 마크하는 수비법, 체력 부하가 상당하다)를 했는데, 양동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수비 밸런스가 순간적으로 무너졌을 때 빈 공간을 메우는 부지런함도 여전했다. 팀 디펜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 노련미는 여전하다.
유재학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 도중 "나이를 먹고,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양동근은 양동근이다. 그 정도로 하는 선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에는 "사실 시즌 중반까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 막판 좋아지더니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서 정말 잘해줬다"라고 말했다.
이대성은 양동근을 두고 "여전히 최고다. 그 나이까지 정상급으로 활약한 형들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동근이 형을 보고 배우는 게 많다"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특유의 겸손함을 유지하면서도 "10~15년 전처럼 뛰어다니는 건 반칙이다. 하지만, 팀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선수생활을)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대성에게 '자유이용권'을 부여하면서, 좀 더 성숙한 플레이를 해주길 기대한다. 양동근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훗날 현대모비스 앞선의 핵심은 이대성이다. 단순히 경기력을 떠나서, 이대성에게 양동근이 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역할을 맡을 정도로 성장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양동근은 큰 경기서 건재를 확인했다. 이대성도 자유이용권을 받으면서, 특유의 개성 넘치는 플레이에 팀 농구를 효율적으로 결합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물론 양동근은 항상 실수부터 자책하고, 이대성은 특유의 자부심을 잊지 않는 등 성향은 살짝 다르다. 하지만, 이대성이 양동근의 뒤를 따라 현대모비스의 기둥으로 성장하는 건 분명하다. 두 사람의 믿음과 케미스트리도 대단하다.
양동근의 임팩트가 급속하게 떨어지지만 않는다면(FA 자격을 얻지만 현대모비스를 떠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 당분간 현대모비스 가드진이 'KBL 넘버 원' 수식어를 유지할 게 분명하다.
[양동근(위), 이대성(가운데), 양동근과 이대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