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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아이 갓 디즈 빌리프~'
붉은 빛 줄기가 스탠딩석 한 가운데 새어 들더니 검정 캐주얼 슈트에 빨간 폴라 티셔츠를 받쳐 입은 트로이 시반(24)이 나타났다. 그의 깃털 같은 몸짓, 따스한 목소리가 어둠 속을 파고들자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2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의 첫 단독 내한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정규 2집 '블룸(Bloom)' 발매를 기념한 투어의 일환이다. 국내 팬들과는 3년 만의 재회. 매진을 기록한 공연장엔 1만 5천여 명의 관객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일찍이 성 소수자임을 밝힌 트로이는 멜로디컬한 곡에서 특유의 제스처나 요염한 워킹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하며 자신의 색깔을 어필했다. 사랑과 이별, 정체성 등 곱게 피워 낸 대담하고도 아름다운 노랫말은 국내 팬들을 특별한 감상에 젖어 들게 했다.
밝고 청량했다가,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흘러가는 감정의 서사도 능수능란했다.
첫 곡 '세븐틴(Seventeen)'으로 무대를 연 트로이는 'Bloom' '플럼(Plum)' 등 세 곡을 내달린 뒤 관객들에 인사말을 건넸다. 첫 마디 외침은 "오 마이 갓!"이었다. 관중들은 셋 리스트 대부분의 곡을 따라 부르며 그가 팝 신의 대세 중의 대세란 사실을 실감케 했다.
'내 한 조각을 잃지 않고서 어떻게 천국에 이르겠어/ 내 일부를 바꾸지 않고서 어떻게 천국에 이르겠어.'
트로이 시반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곡 '헤븐(Heaven)'이 틀리자 관중들은 일제히 휴대폰 플래시를 켜, 삽시간에 성 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불빛 물결을 만들어내는 장관을 연출했다.
앵콜곡으로 배치한 트로이 시반의 대표곡 '유스(Youth)'와 '마이 마이 마이!(My My My!)'까지 총 17곡이 80분 만에 쏜살같이 귀를 훑고 지나갔다. 관중들은 마지막 곡이 흐르자 스탠딩, 지정석 구분 없이 방방 뛰며 즐거워했다.
'계속 빛나렴, 다이아몬드.'
'이제, 사랑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자.'
그가 무대에서 사라지고도 팬들의 흥분은 쉽게 마르지 않았다.
[사진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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