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투수의 강속구에 타자의 갈비뼈가 골절됐다. 이 충격으로 폐 좌상 및 혈흉까지 추가로 확인됐다. 사령탑은 빈볼에 분노했다는 이유로 그라운드로 나와 상대 코치를 향해 욕설을 했다. 동업자 정신을 제대로 망각한 야구판이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시즌 5번째 맞대결. 8회말 타석에 들어선 두산 정수빈이 롯데 투수 구승민의 시속 148km 직구에 등을 강하게 맞았다. 중계 화면에 선수의 소리가 들렸을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가 정수빈의 상태를 살펴보다 롯데 공필성 수석코치와 구승민 쪽을 향해 욕설을 했고, 이를 본 양상문 롯데 감독까지 그라운드로 나오며 초유의 감독 벤치클리어링 사태가 펼쳐졌다.
일단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롯데다. 7회 두산 정병곤에 이어 8회 정수빈까지 사구에 신음했다. 두 선수가 맞은 공은 모두 시속 150km에 근접한 강속구. 맞은 부위가 부러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공이었다. 여기에 롯데는 초반 대거 7실점하며 3연전 스윕패 위기에 몰려있었다. 롯데 측은 고의가 아니라 주장하지만 당시 상황과 정수빈을 향한 공의 궤적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고의성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산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사구도 경기의 일부라고는 하나 이로 인해 우측 등(9번 늑간) 타박에 의한 골절 진단을 받았다. 뼈뿐만이 아니다. 충격이 내부까지 전해지며 폐 좌상(멍) 및 혈흉(폐에 혈액이 고임)이 추가로 확인됐다. 붓기로 인해 재활에 앞서 1주의 안정을 취해야한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정상 복귀까지 최소 6주가 걸릴 전망. 28경기 타율 .320으로 활약 중이었던 리드오프 정수빈의 이탈로 외야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롯데에 따르면 구승민은 경기 후 정수빈에게 사과 전화를 건넸다. 정수빈이 병원에 있어 통화가 안 됐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정수빈은 “경기 중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음 경기 준비 잘해라”라고 답했다. 다만, 김 감독이 양 감독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날 사직 NC전에 앞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듯하다.
김 감독의 처신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2015년부터 두산을 맡은 김 감독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이다. 2015년과 2016년 챔피언트로피도 거머쥐었다. 그러나 28일 보여준 모습은 명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의 잇따른 사구로 생긴 분노를 중재자인 심판이 아닌 상대 팀을 향해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그것도 모든 야구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그라운드에서 말이다.
두산 관계자는 “(김 감독이) 구승민에겐 욕설을 하지 않았다. 공필성 코치를 향해 욕을 한 건 맞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단 이를 통해 상대에게 욕을 했다는 게 팩트로 확인됐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그라운드 내 폭언은 KBO 야구규칙에도 금지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감독과 선수, 코치 등은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 선수와 심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할 수 없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폭언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경우도 징계 대상이 된다.
야구공은 시속 140km를 넘기는 순간 이른바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롯데는 이를 포수 글러브가 아닌 타자 쪽으로 던져 선수의 몸을 상하게 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사구가 장기까지 손상을 입혔다. 또한 두산은 상대를 향해 노골적인 욕설로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KBO는 이날 오전 11시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
[양상문 감독(좌)과 김태형 감독(첫 번째), 벤치클리어링(두 번째). 정수빈(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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