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 플레이오프 때 공이 빠졌다 싶었는데 그렇게 들어갔다."
키움 안우진의 최대무기는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150km를 육박하는 포심패스트볼이다. 변화구는 슬라이더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커브와 체인지업을 양념처럼 섞는다. 작년 포스트시즌서 잠재력을 뽐냈고, 올 시즌 선발로테이션 한 축을 꿰찼다.
패스트볼만큼 슬라이더가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우투수의 슬라이더는 우타자 바깥쪽, 좌타자 몸쪽으로 형성된다. 그런데 몸쪽으로 형성되는 변화구는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경우 각이 무뎌지면서 타자에게 치기 좋은 궤적을 그리기 쉽다.
안우진은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때 좌타자에게 날카로운 타구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 좌타자 피안타율(0.355)과 우타자 피안타율(0.207)의 편차가 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반대궤적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일명 '백도어 슬라이더'의 빈도를 높였다.
백도어 슬라이더는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몸쪽으로 형성된다. 꺾여 들어가는 방향이 기존 슬라이더와 정반대다. 4일 키움 삼성전서 제법 많이 던졌다. 5일 고척 삼성전을 앞두고 본인에게 확인하니 "10개 정도 던진 것 같다"라고 했다.
놀라운 건 백도어 슬라이더를 단순히 좌타자 봉쇄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 우타자를 상대로도 몇 차례 구사했다. 안우진은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던지고 있다. 타깃이 잡히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날 안우진은 7⅓이닝 8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잘 던졌다.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이닝을 소화했다. 단연 백도어 슬라이더의 힘이었다.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들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안우진은 "작년 포스트시즌 때 힘이 떨어질 때 공이 빠졌다 싶었는데 그렇게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가장 긴장감 높은 실전서 가능성을 봤고, 스프링캠프에서 집중 연마했다. 그는 "캐치볼을 할 때부터 (백도어 슬라이더를)생각하면서 던진다"라고 말했다.
투수가 투구패턴을 다양화하기 위해 신무기 장착을 준비하는 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던질 줄 알아도 완성도가 떨어져 실전서 구사하지 않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물론 안우진은 같은 종류의 변화구를 궤적만 반대로 던진다. 그렇다고 해도 실전서 자신 있게 구사할 정도라면 구종 습득력, 응용력이 대단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안우진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장정석 감독은 "작년 포스트시즌서 백도어 슬라이더도 던지는 걸 봤다. 캠프에서도 연습했고, 이젠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준이 됐다. 가끔 가운데로 몰리면 위험한 타구도 맞지만, 쓰는 게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아직 다른 팀들이 안우진의 백도어 슬라이더를 확실하게 공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우진의 경기운영능력이 작년에 비해 좋아진 점 역시 안우진을 상대하는 팀으로선 부담스럽다. 안우진의 두 가지 슬라이더에만 집중하다 빠른 볼, 커브에 당할 수도 있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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