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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청각장애인 비하 논란으로 거센 질타를 받은 웹툰 작가 기안84가 웹툰 게재 3일 만에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여전히 비판과 옹호 의견이 대립하며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안84는 지난 7일 자신이 연재 중인 네이버 웹툰에 '복학왕' 248화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서는 청각장애인 캐릭터 설정을 지니고 있는 주시은이 닭꼬치를 사 먹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닭꼬치 하나 얼마에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닥꼬티 하나 얼마에요?"로 묘사됐다.
속마음 역시 '하나마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지', '딘따 먹고 ?K었는데' 등 어눌한 발음으로 표현됐다. 이는 독자들에게 청각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샀다. 청각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을 과도한 언어적 표현으로 희화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실제 말로 내뱉는 부분뿐만이 아니라 속마음까지도 어수룩하게 그려내며, 마치 청각장애인은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을 심게끔 한 대목이 네티즌들의 불쾌감을 자아냈다.
장애인 인권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도 즉각 비판에 나섰다. 전장연은 10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장면을 함께 게재하며 "작품에서는 주시은 캐릭터가 말이 어눌하고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것도 물론 생각하는 부분에서도 발음이 어눌하고 제대로 발음 못하는 것처럼 등장하는 내내 표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만으로도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청각장애인 당사자니 말을 제대로 못할 것이다를 고취시키고, 청각장애인을 별개의 사람인 것처럼 차별하는 것인데, 이번 연재물에서는 아예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은 기안84의 행동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의한 법률' 제4조에 해당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행위라고 전하며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란다"라고 밝히면서 네이버 웹툰 측과 기안84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기안84는 이날 오후 문제의 대사를 수정한 뒤에 네이버 웹툰 페이지를 통해 "이번 원고에 많은 분들이 불쾌하실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점에 사과 말씀 드린다"라며 "성별, 장애, 특정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라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기안84의 묘사는 경솔한 행동이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내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창작자의 자유를 허용하라", "별 걸 다 불편해한다", "만화는 다큐가 아니다" 등 기안84를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이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입장문 전문.
꽤 인기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이시고, 그래서 연예기획사까지 따로 있는 인기를 누리시고 있는 기안84님이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하고 있는 '복학생'의 최신편인 248화 세미나1(2019. 5. 7일 연재)에 나오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이미지에 나오는 주시은이라는 캐릭터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이 캐릭터가 말이 어눌하고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것도 물론 생각하는 부분에서도 발음이 어눌하고 제대로 발음 못하는 것처럼 등장하는 내내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청각장애인 당사자니 말을 제대로 못할 것이다.-을 고취시키고, 청각장애인을 별개의 사람인 것처럼 차별하는 것인데, 이번 연재물에서는 아예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희화화 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의한 법률' 제4조(차별행위)의 4번(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를 직접 행하거나 그러한 광고를 허용·조장하는 경우. 이 경우 광고는 통상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조장하는 광고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포함한다.)에 해당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행위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작가 기안84님이 지속적으로 특정 장애에 대해 광고를 통한 차별을 계속해 왔고, 그 차별이 쌓이고 쌓여 이번과 같은 결과물까지 만들어진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누군가 공개적인 공간에서 기안84님의 '특징'을 동네방네 얘기하며 희화화한다면 그건 기안84님에겐 부당한 일이고, 상처가 되는 일이기에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안84님께서도 이런 식으로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할 정당성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안84님의 '광고에 의한 차별'로 청각장애인 당사자분들은 깊은 배제와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기안84님은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안84님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네이버주식회사에서도 이후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행위가 다른 작품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하 기안84 사과 전문.
안녕하세요. 기안84입니다.
이번 원고에 많은 분들이 불쾌하실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점에 사과 말씀 드립니다. 성별/장애/특정직업군 등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립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네이버웹툰 캡처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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