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이제 이들이 없는 라인업은 상상할 수 없다. 한화의 키스톤 콤비인 정은원(19)과 오선진(30)의 이야기다.
정은원-오선진 콤비는 한화 내야 수비의 핵심이자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이들의 비중이 이만큼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은원은 올해 주전 2루수로 출발한 선수다. 정은원은 지난 해 프로에 입단할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로 한화 코칭스태프의 주목을 받았다. 어느덧 주전 2루수를 꿰찬 정은원은 올해 타격에서도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지금은 리드오프 자리를 맡고 있다. 안타 51개를 터뜨리며 타율 .323 4홈런 26타점 3도루로 활약 중인 정은원은 팀내 최고 타율과 최다안타, 그리고 이성열과 함께 최다타점까지 기록하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타자' 정은원의 최대 장점으로 선구안을 꼽는다. "정은원은 선구안이 정말 좋은 선수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이제 상대 투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정은원의 발전 포인트를 설명한 한 감독은 "슬럼프도 없는 것 같다. 투수 입장에서도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비야 말할 것도 없다. 팀의 40경기에 모두 나선 정은원은 겨우 실책 3개만 저질렀다. 수비율은 .986.
한화가 여러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그나마 '버티기 모드'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오선진의 혜성 같은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부상으로 최대 고비를 맞았던 한화는 2군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 포지션을 준비했던 오선진을 중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오선진은 타율 .294 2홈런 14타점 4도루로 알짜 타격을 보여주고 있고 38경기에서 실책은 3개로 수비율 .980을 기록 중이다.
한 감독은 "오선진은 너무 잘 해주고 있다. 항상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라고 오선진이 뒤늦게 야구 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들의 비중이 너무 높다보니 좀처럼 휴식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은원은 이제 풀타임 첫 시즌을 바라보고 있고 오선진은 유격수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은원은 올해 전 경기에 출장해 341이닝을 소화했다. 수비이닝 소화가 리그 2루수 전체 1위다. 개막 한 주가 지날 무렵부터 주전 유격수로 나선 오선진도 38경기에서 300이닝을 소화, 리그 유격수 4위에 랭크돼 있다.
한 감독은 육성선수의 1군 등록이 가능한 5월부터 이들의 백업 요원을 마련하려 했으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삼성 외국인투수 덱 맥과이어에게 노히트노런 굴욕을 당하는 와중에도 노시환을 유격수, 김회성을 2루수로 활용하는 실험을 진행해야 했다. 한화는 유격수와 2루수 자리에 노시환, 이창열, 김회성, 김태연 등을 내세운 기록은 있지만 아직 전문 대수비 요원으로 맡길 만한 인원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래서 유격수와 2루수가 가능한 강경학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이 한화에게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강경학은 어깨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 진입이 불발됐고 당초 4~5월 복귀가 유력해 보였으나 좀처럼 회복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한 감독은 "강경학도 잘 해야 6월 중순에 가능할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은원과 오선진의 동반 활약이 반가우면서도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한화다.
[한화의 키스톤 콤비인 정은원(왼쪽)과 오선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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