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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Son, you've got a plan!"(아들아, 넌 계획이 다 있구나!)
송강호의 이 같은 대사에 객석은 하나가 되어 웃는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돌아왔다. 이같은 금의환향 소식에 국내에서는 높은 예매율로 반응이 이어졌고, CGV와 메가박스에서는 이례적으로 영어자막 버전을 국내에서 상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황금종려상의 숨은 공로자 중 한 사람이 '기생충'을 번역한 달시 파켓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배우이자 평론가인 미국 출신 달시 파켓은 2006년 제10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 2012년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어 다양한 작품에서 배우로서 열연을 펼쳤고, 특히 2017년 영화 '박열'에서 외신기자 역을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가 번역을 맡은 작품은 영화 '곡성', '택시운전사', '아가씨', '공작' 등 굵직한 영화들이다.
달시 파켓은 '기생충'을 번역하기 위해 무려 7번이나 영화를 봤다고 알려졌다. 그는 tbs 방송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에 출연해, '기생충' 속 가장 어려웠던 번역이 '짜파구리'였다고 고백했다. 짜파구리는 짜장라면과 너구리 라면을 합쳐 만든 것으로,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에서는 제대로 이해하기가 힘든 말이었다.
3일 영어자막 버전으로 마이데일리 측이 확인한 결과, '짜파구리'는 라면과 우동을 섞었다는 표현의 '람동(Ram-don)'으로 번역됐다. 짜장과 일반 라면을 섞은 맛이라는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두 가지 면을 섞어서 먹는 문화가 있구나, 라는 정도는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번역이었다.
또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서울대는 옥스퍼드(Oxford)로 표현됐다. '카톡'이라는 대사는 왓츠앱(Whatsapp)으로 표기햇다. 왓츠앱은 2009년 초반 출시됐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북미 지역을 기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다. 국내에서의 카카오톡과 가장 비슷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인디안 오타쿠 (Indian fanatic)예요"라는 극 중 연교(조여정)의 대사에서는 '오타쿠'를 광신도를 뜻하는 fanatic으로 해석해 뜻을 온전히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화위복'은 'Bad luck often brings good luck'라는 직접적 해석이 아닌 "lemon into lamonade"라는 비유적 해석을 사용해 어색함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해석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영어자막 버전은 국내에서 많이 상영되지 않는 만큼, 많은 외국인들과 교포들이 극장을 찾았다. 봉준호 감독은 앞서 "'기생충'은 그동안 내가 만든 작품 중에서도 한국적인 이야기를 그렸기에 한국 관객들에게 맞췄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봉테일'(봉준호 디테일) 특유의 우아함과 조용함 속에 풍자와 날카로움이 담겨있어, 외국 관객들도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웃고,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연교의 아들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가는 부분에서는 가장 크게 웃음이 터졌고, 극 후반부로 갈수록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몰입해 눈길을 끌었다.
메가박스는 "외국 관객들이 한국적 색채가 짙은 이번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특별히 영어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영어자막 상영의 이유를 밝힌 만큼, 영어 자막 상영으로 국내에 있는 외국 관객들 또한 '봉준호 장르'를 더없이 즐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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