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조용하지만 강하다. 선배가 특별히 뭐라 하지 않아도 후배들은 다 알고 있다. 선배를 따라가면 야구가 잘 될 것이라는 걸.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KT 유한준 리더십이다.
KT 위즈가 3~4월 10승 22패의 부진을 딛고 5월 14승 12패 승률 .538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4월까지만 해도 올해 역시 9위 혹은 10위에 머무를 것이란 예측이 주를 이뤘지만 5월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신구조화에서 오는 전력 안정화로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5월 승률은 SK, 두산에 이어 삼성과 공동 3위다.
공교롭게도 캡틴 유한준의 반등과 맞물려 팀이 살아나고 있다. 4월을 타율 .224 1홈런 11타점으로 아쉽게 마친 유한준은 5월 한 달간 타율 .370 2홈런 16타점으로 비상했다. 장타율은 .282에서 .522로, 출루율 역시 .290에서 .398로 대폭 상승. 5월의 마지막 날 펼쳐진 수원 두산전에서 생애 첫 끝내기홈런을 때려내며 화려하게 한 달을 마무리했다.
유한준은 시즌 초반 생애 처음으로 맡은 주장의 책임감과 부담감 속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작년에는 방망이가 시원스럽게 나왔다면 올해는 생각이 많은 모습이다. 주장이 된 뒤로 장타보다 출루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주말 수원에서 만난 유한준은 “팀 분위기를 잡는 게 가장 어렵다. 특히 지고 있을 때 (분위기를)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게 가장 힘들다. 주장을 맡은 뒤 팀이 지면 다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주장이니까 꼭 출루를 해야 하고 안타를 쳐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라고 그 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전환점은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이었다. 이 감독은 최근 유한준을 직접 불러 “출루도 좋지만 네 야구를 해야 팀이 잘할 수 있다. 멀리 치는 게 팀을 도우는 것이다”라는 조언을 건넸다. 유한준은 “감독, 코치님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그래도 초반보다 부담을 많이 덜었다. 편해졌다. 앞으로도 생각을 조금 바꿔 타석에 임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지난 2016시즌에 앞서 4년 총액 60억원에 KT 유니폼을 입은 유한준은 FA 계약 마지막 시즌에 주장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았다. 사실 유한준은 통상적인 주장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선수는 아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며 프로 14년을 보내왔다. 말과 행동보다는 기록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선수였다.
유한준은 주장을 맡은 후 성격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전임 주장 박경수처럼 파이팅 있게 팀을 이끌려고 했다. 그러나 유한준은 “갑자기 바뀐 내 모습에 어린 선수들이 ‘저런 형이 아닌데…’하며 부담을 갖지 않을까 우려됐다”면서 “그냥 원래 하던 대로 돌아갔다. 파이팅은 (박)경수에게 맡기고, 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중이다”라고 웃었다. 실제로 KT의 많은 어린 선수들은 “(유)한준 선배를 보며 많은 걸 배운다”라고 유한준 리더십을 흡족해 한다.
올해가 FA 마지막 해이지만 유한준은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다. 그는 “나보다 팀이 잘 되는게 우선이다. FA로 팀에 왔는데 계속 하위권에만 있으면 나 역시 자존심이 상한다”며 “KT가 이제 팀이라는 구색을 갖추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이전보다 훨씬 컸고 박경수, 황재균 등 베테랑들이 자기 역할을 잘해준다. 올해는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희망을 그렸다.
유한준은 끝으로 자신처럼 묵묵히 KT를 응원하는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는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한결같이 응원을 해주신다. 좋은 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렸는데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어서 성원에 보답하겠다”라고 더 나은 KT의 모습을 약속했다.
[유한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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