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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희재 엄마를 잊을 수 없습니다."
가수 양희은이 4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MBC 라디오 골든마우스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년간 '여성시대'의 가장 잊을 수 없는 사연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양희은은 "어떤 사연도 죽음만 못하다. 세상을 떠나면 엄연한 경계가 생긴다. 저쪽으로 넘어갈수도, 이쪽으로 넘어올수도 없다"며 "말기암 환자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를 몇 자 쓰고 또 쉬고 하면서 보내준 편지였다. 그 사연 후 사서함을 통해 많은 응원을 부탁했을 때, '여성시대' 애청자들의 뜨거운 마음이 합쳐져 응원의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1999년 6월 7일부터 '여성시대' DJ를 맡아온 양희은이다. 올해 진행 20년이 된 것으로, MBC 라디오에선 1996년 6월부터 20년 이상 공헌한 진행자에게 골든마우스, 10년 이상 공헌한 진행자에게는 브론즈 마우스를 수여하고 있다.
양희은은 역대 아홉 번째 골든마우스 수상자다. 앞서 이종환, 김기덕을 시작으로 강석, 김혜영, 이문세, 배철수, 최유라, 임국희 등이 골든마우스의 영예를 안았다.
양희은은 "20년이란 세월을 제가 맞을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20년을 목표로 시작했다면 절대 못했다"며 "그저 1, 2년 생각했다가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고, 저도 갱년기 때라 견디기 너무 힘들어서 '언제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며 지나오니까 20년이 됐다"며 긴 세월이었으나 정작 스스로는 기나긴 세월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며 진행하진 않았다고 했다.
MBC 라디오는 1975년 UN에서 세계 여성의 해를 선포하자 그 뜻을 받아들여 '여성'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에 임국희의 '여성살롱'이 탄생했고, 여성의 편지를 방송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8년부터 지금의 '여성시대'로 프로그램명이 바뀌어 31년째 이어오고 있다.
양희은은 진행 초를 돌아보며 "당시에는 폭력 남편 사연들이 많이 오던 시절이었다"며 "전유성 선배님이 '이른 아침에 이런 사연해야 돼?' 하셨을 때 '해야 돼요. 이런 편지 안 올 때까지!' 했다. 실제로 요새는 덜하더라"며 라디오에 고스란히 흘러나오던 지난 20년 시대의 변화를 되새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양희은은 "여성의 이름을 내건다는 건 그만큼 모자라고 메울 때가 많고 아픔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며 "'여성시대'나 '남성시대'가 아닌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면서 그저 '사람시대'가 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양희은의 라디오 사랑이 20년을 오게 된 원동력이었다. "어린 날, 큰 재봉틀처럼 생긴 라디오 앞에서 보냈다. 정보나 음악을 라디오로 배웠다"는 양희은은 "라디오가 편했고, 라디오 속으로 숨었고, 라디오에 대한 의리로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다변화된 매체와 시대의 급격한 변동 속에서도 라디오에 대한 애착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특히 앞으로 언제까지 진행을 할지 염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편지 사연 당사자에게 충고를 한다든지 하면 마이크를 놔야 한다"며 '여성시대'를 "힘으로 휘두르려고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마지막 방송이 찾아오더라도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파라는 건 허공에 날아가 버리는 거예요. 흔적이 남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저 자신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요. 흔적을 뭘 남기나,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죠. 그리고 누군가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니까요."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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