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자신 있게만 해도 안 되는구나…"
롯데 마무리투수 박진형에게 6월25일 부산 KT전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7-5로 앞선 8회초 1사 1,2루를 극복했다. 9회초에도 선두타자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멜 로하스 주니어와 박경수를 잇따라 삼진으로 처리, 경기종료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뒀다.
그러나 황재균에게 초구 슬라이더를 던지다 동점 투런포를 맞았다. 블론세이브. 결국 연장 12회 혈투 끝 8-8 무승부. 끝난 경기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그래도 롯데로선 아쉬운 장면이었다. 투구내용, 컨디션이 좋았다. 그 누구도 박진형이 그때 한 방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박진형은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 직후 "재균이 형이 잘 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도 "실투가 아니었다. 재균이가 팔로우스로우를 끝까지 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야 땅볼이었을 것"이라고 감쌌다.
그래도 왜 아쉽지 않을까. 박진형은 "뒤 타자도 생각해야 했는데, 너무 자신있게 해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 이런 상황서는 어렵게 가야 하고, 또 다른 상황서는 쉽게 가야하고, 이런 걸 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수는 경기흐름, 상대 타자들의 컨디션, 수비수들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과감하게 정면 승부해야 할 때, 돌아가더라도 혹은 설령 볼넷을 내주더라도 신중하게 승부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1점이 중요한 마무리투수에겐 더더욱 중요하다.
사실 닷새전 20일 대전 한화전서도 이성열에게 끝내기 만루포를 맞았다.(안중열이 구승민의 포크볼을 두 차례 제대로 잡지 못해 흐름이 넘어간 이후에 등판했다. 누가 등판해도 쉽지 않은 승부였다는 게 중론) 마무리투수에 막 입문한 박진형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마무리의 맛'을 알아간다.
그래도 주무기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적절히 배합해 성공적으로 마무리 보직에 안착했다. 29~30일 잠실 두산전서는 연이틀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변화를 주기도 했다. 마무리 전환 후 세이브 3개를 챙겼다.
박진형은 "마무리라고 생각하기보다 마지막 투수라고 생각하고 던진다. 다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던져야 결과도 좋게 나온다"라고 밝혔다. 물론 "마무리로 나서면 타자들도 집중력이 다른 느낌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쉽게 물러나지 않으려는 게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진형 역시 게임플랜대로 응집력을 끌어올린다.
포수에 대한 넉넉한 마음도 마무리로 합격점이다. 롯데 포수들의 불안한 포구는 마무리투수에겐 자칫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진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포수들은 장점이 있다. 나는 주무기를 더 자신 있게 던진다"라고 말했다.
약 1년간의 어깨 재활, 건강한 복귀와 마무리 안착. 아직 마무리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때로는 어려움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박진형은 밝다. "재활이 정말 힘들었다. 공을 던지는 것,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진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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