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반드시 온다. 제주유나이티드 수문장 황성민의 거짓없는 땀방울이 또 다시 느낌표를 찍었다.
제주가 지난달 2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대구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18라운드 홈경기에서 제주의 골문 앞에는 낯선 얼굴이 보였다. 예상과 달리 이창근 대신 황성민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제주 이적 후 리그 첫 경기였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1부리그 첫 경기, 그것도 홈 데뷔전이라는 사실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이는 킥오프와 함께 사라졌다.
황성민은 쉽게 골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뛰어난 순발력과 정확한 판단력으로 대구의 화력을 잠재웠다. 비록 경기 종료 직전 세징야에게 통한의 실점을 내주며 다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황성민이 경기내내 보여준 안정감은 향후 기대감을 불러모으는 제주의 또 다른 수확이었다.
희생과 노력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황성민은 2019시즌을 앞두고 김경민의 군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산 그리너스에서 영입됐다. K리그2 무대에서만 통산 123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갖췄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시즌 개막 후 황성민의 자리는 자신의 등번호(1번)과 달리 No.2 골키퍼였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훈련장에서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이창근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R리그 및 연습경기에서 녹슬지 않는 경기 감각을 선보였다.
첫 기회는 FA컵 무대였다. 4월 강릉시청과의 2019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연장 혈투 끝에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황성민은 강릉시청의 두 번째와 네 번째 키커의 공을 막아내는 놀라운 선방쇼와 함께 제주에 16강행 티켓을 선사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언제 어디든 활약할 준비가 돼 있는 황성민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선수단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기존 주전 선수들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경기 후 제주 최윤겸 감독은 황성민의 활약과 헌신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이)창근이가 실점이 많아지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그래서 황성민을 기용했다. 그동안 황성민이 보여준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결정할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기대에 걸맞는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황성민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가 말하는 자신은 여전히 도전자다. 황성민은 "창근이뿐만 아니라 (박)한근이까지 정말 좋은 선수다. 항상 내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내게 기회가 다가올 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묻고 싶다"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 =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