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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불법 촬영, 이른바 '몰카'를 두고 "끔찍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SBS 앵커 출신 김성준 전 논설위원이 그 끔찍한 행동의 당사자가 됐다.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입건된 가운데, 28년 간 몸담았던 SBS에서 불명예스럽게 떠났다.
김성준은 지난 3일 밤 11시 55분경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원피스를 입고 걸어가던 20대 여성의 신체 일부를 휴대폰으로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그는 시민의 신고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초 김성준은 범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휴대폰에서 여성의 사진이 발견됐고, 경찰은 성폭력범죄 처벌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김성준은 8일 사표를 제출했고 SBS는 이를 수리했다.
1964년생의 김성준은 지난 1991년 SBS에 보도국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보도국 앵커, 보도본부장을 맡았다. 특히 SBS '8뉴스'의 메인 앵커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톡톡히 신뢰감을 쌓았다. 시의적절한 비유, 날카로운 지적,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덕에 2017년 8월부터는 SBS 보도본부의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시사전망대'를 이끌었다. SBS 측도 김성준의 영향력을 신뢰했고, '시사전망대'를 저녁 시간에서 오후 2시로 옮기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제 손으로 무너뜨린 28년 신뢰다. 소신 있게 내뱉던 발언들은 고스란히 자신을 향한 화살이 됐다. 특히 김성준은 그동안 불법 촬영 및 유포, 리벤지 포르노,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등을 비판해왔기에 대중의 충격과 허탈감은 더욱 크다.
김성준은 지난해 5월 '시사전망대'에서 몰래카메라 유출과 관련한 사안을 언급하며 "갑자기 내가 나온 몰래카메라, 또는 성관계 영상 등이 인터넷에 떠돈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피해가 나날이 늘고 있다"라며 불쾌해했다.
또한 "가해자를 잡아서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몰카 범죄를 발본색원할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는) 평생 멍에가 돼서 살아야 하는 고통을 받을 텐데, (가해자가) 벌금 얼마 내고 나온다는 건 좀 아니지 않냐"라고 말해 다수 청취자들의 큰 공감을 받았다.
여성들을 위한 목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2017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시사하는 바를 꼬집는가 하면, 세계 여성의 날이 되자 "우리는 오늘을 기념할 자격이 있을까. 남성 임금 평균의 60%밖에 받지 못하면서도 일자리 지킬 걱정, 아이 돌볼 걱정, 상사 눈치 볼 걱정, 직장 성폭력 걱정까지 해야 하는 우리 여성 근로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김성준이 몰카 혐의로 입건되면서 발언의 진정성까지 희미해졌다. SBS도 큰 타격을 입었다. 김성준이 진행했던 '시사전망대'는 후임 DJ가 논의됐으나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이날 마지막 진행을 맡았던 이재익 PD는 "같은 조직원으로서 죄송하고 부끄럽다. 비난을 달게 받도록 하겠다"라고 사과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방송화면, SBS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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