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임현수, 정해인 팬카페 회원→'봄밤'서 친구 역 맡기까지 [MD인터뷰]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신예 임현수가 MBC 수목드라마 '봄밤'을 통해 브라운관 데뷔 첫 단추를 뀄다. 극중 정인(한지민)을 두고 관계가 엉킨 친구 지호(정해인)와 직장 선배 기석(김준한)의 사이에서 적당히 눈치를 보며 교통정리에 나서는 현수 역이다.

작품에서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선보인 임현수는 첫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준비된 신인의 느낌을 팍팍 풍겼다. 반듯 차분한 성격에 잘 정돈된 답변, 큰 키와 깔끔한 마스크, 여심을 흔드는 부드러운 미소까지 좋은 첫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데뷔작이에요. 욕심이 있는 만큼 모두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후회는 되지 않아요. 제가 가진 능력만큼 할 수 있게 감독님, 선배님들, 스태프 분들이 잘 이끌어주셨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새 얼굴 발굴에 솜씨가 좋은 안판석 감독은 '봄밤'에서 임현수를 선보였다. 오디션을 거쳐 '봄밤'에 합류한 그는 안 감독의 새 작품 오디션을 치르는 것만으로도 좋은 배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도전에 나서는 마음가짐은 단출했다.

"감독님이 제 프로필은 거의 안 보시고 일상적이면서 사소한 질문들을 많이 주셨어요. 돌이켜보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한 과정이었던 거 같아요. 감독님께서 촬영 중에 인간의 지성이 중요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쌓인 감정들이 연기에 나타난다고도 하셨어요. 그 얘길 듣고 보니 연기를 함에 있어 기술적인 것보다 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봄밤'에선 어떻게 나타날지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만 스물 여섯 살이다. 임현수는 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연기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한 채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이후 우연히 본 드라마에서 정해인을 처음 알게 됐고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며 그와 만날 수 있었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중학생 때였어요. 당시 '그놈 목소리'라는 영화를 푹 빠져서 봤었죠. 그땐 제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영화가 신기했고, 감독이나 스태프 등 여러 역할이 있지만 배우가 돼서 경험하고픈 마음이 생겼어요. '언젠가는 되겠다'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길거리 캐스팅이 돼서 집에 명함을 가져가도 아버지가 바로 구겨버릴 정도였으니 제 꿈을 쉽사리 말하기가 어려웠죠. 그렇게 학창시절이 지나고 성인이 돼서 부모님이 원하는 지질학과에서 공부를 하게 됐어요. 또 해병대에 운 좋게 입대할 수 있었고, '불야성'이란 드라마에서 우연히 정해인이란 배우를 알게 됐죠.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인터넷에 직접 찾아보기도 했고요. 전역하고 나서도 부모님은 배우의 길을 계속 반대하셨는데 뭐라고 말씀 못하실 정도로 좋은 학점을 따서 '싫어하는 것도 이 정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건 더 잘할 수 있다'며 설득했어요. 그렇게 지난해 소속사 공개 오디션을 통해 FNC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정해인의 열렬한 팬이었던 임현수는 그의 팬카페에 직접 가입하고 그곳에 여러 흔적들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작품을 통해 만난 정해인에게 당시 올렸던 게시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성공한 덕후'가 된 것이다.

"작품 하기 전엔 딱 한번 뵀어요. 연예인 보는 기분으로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죠. 그런데 먼저 손 내밀어 주셨어요. 극중 친구 사이인 것처럼 저를 집으로도 불러주시기도 하고요. 어느새 현수와 지호 같은 관계가 됐죠. 그러면서 제가 팬카페에 올린 글을 보여드리게 됐고 굉장히 좋아하시던걸요."

어느 순간 부모님도 배우가 되겠다는 아들을 조용히 지켜봐 주기 시작했다.

"소속사에 들어와 '봄밤'에 캐스팅 되기까지 1년 남짓 시간 동안 아버지께선 걱정이나 우려의 말을 보내신 적이 없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 정말 감사해요. 아버지가 무뚝뚝하신데 메신저 프로필에 제 얼굴을 올려놓으시면서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며 상태 메시지를 적어두셨더라고요. 정말 울컥했어요. 물론 제 자신을 위해 연기하는 거지만 가족과 주위 사람들 그리고 절 응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 내내 쉬운 질문 하나 가볍게 흘려 보내지 않는 모습에서 임현수의 성실함과 신중한 성격이 엿보였다.

"'봄밤'을 촬영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진짜 진짜 감사하게 생각해요. 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첫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봄밤'이 끝나고도 제 모습 오래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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