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윤욱재 기자] '국민 우익수' 이진영(39)이 선수로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진영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KBO 리그 통산 타율 .305 2125안타 169홈런 979타점 112도루를 남긴 이진영은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 2000년부터 SK 와이번스에서 뛰면서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열었다.
2007~2008년 SK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한 이진영은 FA를 선언하고 LG로 전격 이적했다. 2013년 LG가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는데 큰 공헌을 한 이진영은 2016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고 마지막 시즌인 2018년에도 타율 .318를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국가대표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재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이제 선수로서 마지막을 고한 이진영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은퇴 심경과 향후 계획 등을 전했다. 다음은 이진영과의 일문일답.
- 은퇴 소회는.
"너무 낯선 자리다.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20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찾아올 줄은 생각 못 한 것 같다. 날씨가 좋지 않지만 많이 축하해주셨으면 좋겠다"
- 팬 사인회로 팬들과 만났다.
"선수로서 마지막 팬 사인회였는데 평상시와 달랐던 것 같다.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어서 나 역시 울컥했다. 야구 인생은 마무리됐지만 팬들에게 돌아올 것이란 약속을 하면서 즐겁게 사인회를 한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개인적으로 20년 동안 야구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20년 동안 야구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표팀에서의 영광, SK 시절의 우승 순간, LG 시절의 포스트시즌 진출 순간이 기억난다. KT에서는 도움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KT라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명문구단이 되는 게 내 목표였는데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많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참 길었던 20년이었다"
- 반대로 아쉬웠던 순간은 없나.
"그런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좋았던 순간만 생각하지 좋지 않았던 순간을 기억하는 성격이 못 된다. 내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못 하면 속상하고 서운하기는 하다. 내 감각이 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크게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 은퇴를 결심한 배경은.
"추측도 오해도 있었지만 내가 선택을 한 것이고 내가 결정을 한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선배들에게 양보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 고참이 되어서는 후배들에게 양보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결정을 한 것이다. 후회는 전혀 없다"
-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뒤 선수가 아닌 삶을 살았는데.
"정해진 스케쥴대로 살다가 자유를 느끼는 기분이었다. 가정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족과 관련된 일이 가장 바빴던 것 같다. 일본 연수에 가서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열심히 하고 있다. 많은 것을 보고 듣는 시간이었다. 돌아가서도 열심히 할 것이다"
- 어떤 선수로 역사에 남고 싶은지.
"딱히 내세울 성적은 아니다. 2000경기와 2000안타는 꼭 하고 싶었던 기록이었다. 군산에서 올라온 시골 촌놈이 이름 석자를 남길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결정적인 찬스에 강한, 기가 좋은 선수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 향후 계획은.
"선수 시절부터 모든 것을 미리 생각하는 편이었다. 은퇴하는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원하는데 나 역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생각한 것이 있다. 선수를 도와주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르치는 코치보다는 도와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 기억에 남는 은사가 있다면.
"수많은 감독님을 만났다. 학교 다닐 때부터 많은 감독님을 모셨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훈련을 많이 시켜주셔서 강인한 체력이 생긴 것 같다. 연습을 많이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강병철 감독님께서는 나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다. 어린 나이에 좋은 기회를 받은 것 같다.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주전이 됐고 그것을 발판으로 지금까지 야구를 한 것 같다. 조범현 감독님과 김재박 감독님 등 저에게는 고맙지 않은 감독님이 없다. 저를 다 좋아해주셨던 것 같다"
-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간직하고 싶다. 머리가 커서 지어진 별명도 있고 팬들이 '2땅 선생'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감사하다. 팬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줬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당시엔 좋아하지 않았지만 은퇴 후에는 모든 게 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일본 연수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요즘 한국야구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일본은 아직까지 일본 만의 고유 방식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1군 선수들은 컨디션에 맞춰서 훈련하지만 2군 선수들은 훈련량이 정말 많다.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훈련량이 많은 것이다. 한국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훈련이 많고 많은 훈련 속에서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게 육성의 기조인 것 같다"
[사진 = 수원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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