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가족·명예' ROAD FC 파이터들의 남다른 사연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케이지에 오르고 경기가 시작되면 심판, 그리고 두 명의 파이터만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한 명은 승리하고, 한 명은 패배한다.

오는 8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굽네몰 ROAD FC 055와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4에는 총 26명의 파이터들이 출전한다. 3일이 남은 현재 파이터들은 무제한급을 제외, 계체량에 통과하기 위해 감량이라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 힘든 상황에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고, 부상도 조심해야 한다.

선수로서 성공, 가족들, 직업의 명예 등 이 가혹한 승부에는 여러 사연이 있다. 굽네몰 ROAD FC 055는 메인 이벤트부터 사연이 남다르다.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맞붙는 페더급 챔피언 이정영(23, 쎈짐)과 도전자 박해진(27, 킹덤)은 같은 팀이었다. 쎈짐에서 한솥밥을 먹다가 쎈짐이 쎈짐과 킹덤, 두 개의 팀으로 갈라지면서 이정영과 박해진도 다른 팀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정영과 박해진이 각 팀을 대표해 ROAD FC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맞붙게 되며 쎈짐 VS 킹덤의 구도로 이어졌다. 한 팀이었던 만큼 이번 경기는 두 팀의 자존심이 걸린 중요한 경기일 수밖에 없다.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4 메인 이벤트도 특별하다. 블루코너의 윤호영(28, 킹덤)은 현직 소방관으로서 부담감을 안고 케이지에 오른다. 먼저 소방관 파이터로 유명세를 떨친 신동국이 4전 3승 1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부담이 더 크다.

윤호영은 일본 단체 WARDOG의 플라이급 챔피언인 타카기 야마토(18, BURST)와 대결한다. 대회의 개최지가 대구이고,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어 한일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윤호영은 이번 경기의 파이트머니를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독거노인과 기초 생활 수급자를 위해 주택용 소방 시설을 구매하는데 기부할 예정이다.

오일학(17, 팀 스트롱울프)도 사연이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일학은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어머니, 형과 함께 살았다. 오일학의 어머니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이들을 키웠다.

오일학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건 ROAD FC 여성 파이터 ‘몬스터 울프’ 박정은(23, 팀 스트롱울프)의 어머니와의 인연 덕분. 오일학의 집에 봉사활동을 온 박정은의 어머니가 운동할 것을 제안하게 되고, 스트롱울프의 이동혁 관장이 무료로 체육관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격투기에 입문했다.

팀원들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임동환은 자신의 격투기 용품을 나눠줬고, 박정은은 한국말이 서툰 오일학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많은 도움을 받은 오일학은 ROAD FC 센트럴리그 세미프로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프로 선수를 꿈꿨고,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4에서 기회를 잡았다. 오일학은 진익태(27, 구미 쎈짐)와 대결, 프로 무대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파이터들이 승리를 노리고 있다.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외로운 싸움에서 승패와 상관없이 케이지에 오르는 파이터들은 모두가 영웅이고, 주인공이다.

[이정현-이정영(상), 윤호영(하). 사진 = ROAD FC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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