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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케이블채널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투표 조작 의혹에 이어 '아이돌학교'가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감금설, 합격자 내정설, 인권 침해 등 각종 폭로에도 이를 제작했던 CJ ENM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프듀X'와 2017년 방영했던 '아이돌학교' 제작진이 방영 전부터 합격자를 내정해놓고 투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는 '프듀X'에 참가했던 A씨의 증언을 근거로 삼아 "제작진이 처음부터 특정 연습생들만 촬영해 방송하고 일부는 경연곡을 미리 알고 연습했다"라고 밝혔다.
A씨는 "경연곡을 미리 알고 있는 참가자가 자신의 안무 선생님이 알려줬다는 말을 들었다"며 "처음부터 출연 기회 자체가 제한되고 제작진이 미리 마음에 드는 출연자를 정해놨다"라고 폭로했고 기획사 대표 B씨는 "몇몇 회사에서는 미리 리스트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조작 의혹에 힘을 실었다.
'아이돌학교' 역시 엠넷이 미리 섭외한 출연자들은 1차 오디션을 보지도 않고 방송 출연 기회를 얻고, 본선에 합격했다는 증언이 줄지어 나와 파장이 일었다. 이 가운데, '아이돌학교' 참가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네티즌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밖에 못 나가게 했다. 나가면 오디션 포기로 본다고 해서 5시간 넘게 갇혀 있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조작인지도 모르고 너무 불쌍하다. 300명 넘는 사람들 꿈 갖고 사기 친 엠넷이다"라고 허탈한 심경을 밝혔다.
이해인의 부친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도 해당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앞서 이해인은 '프로듀스101' 시즌1에 출연하면서 압도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결국 최종 탈락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해인의 팬들은 확보했던 투표 인증 사진과 방송을 통해 발표된 표 차이가 크다며 투표 조작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해인의 부친 추정 네티즌은 '아이돌학교' 촬영 당시 데뷔에 불이익이 갈까 봐 중간에 전속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밝히며 "데뷔 멤버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계약서를 주는 게 이상하다고 말을 했지만 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 오디션에서 떨어뜨릴 것 같은 불이익을 당연히 당하지 않겠냐는 딸의 말을 듣고 참았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회사와 계약 역시 바로 잡아야 된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회사에서 늦어도 2018년 10월까지는 탈락 연습생들끼리 데뷔를 시켜준다고 약속했지만 회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고 이해인은 2018년 10월 데뷔도 물거품이 돼 올여름이 돼서야 회사를 나왔다고 밝혔다.
최근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조작 논란에 불이 붙은 것에 대해서는 "만약 조작 증거가 드러나면 두 번이나 어린 딸을 희롱한 거고 도저히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비인간적 행동인 것 같아 너무 억울해 글을 올린다"라며 "만약 증거가 확실히 나오면 꼭 바르게 정정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엠넷 측은 각종 폭로에도 "수사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짧은 답변만을 내놨다. '뉴스데스크'는 4일 밤 재차 '프듀X'와 '아이돌학교'의 '갑질'을 다뤘다.
MBC가 확보한 출연자, 기획사, CJ ENM 3자 계약서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아이돌 연습생의 출연료는 10만 원이며, 중간에 탈락할 경우 받지 못했고 노래가 발매되면 기획사는 히트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100만원만 받고 나머지 모든 수익은 CJ ENM이 독차지했다. MBC는 "워낙 불공정한 부분이 많다 보니 일부 기획사들은 오히려 막판에 탈락을 부탁하기도 했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말이다"라고 전했다.
'아이돌학교'는 합숙 과정에서도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됐다. 참가자 B씨는 촬영은 6개월 이상 진행됐지만 여름용 단체복만 지급됐고 출연자들은 여름옷으로 버텨야 했다고 증언하며 "(학교를) 한 달에 한두 번 가게 해줬다. 그럼 그 애들이 모자 안에 숨기든가 속옷 안에 숨기든가 먹을 거랑 같이 속옷 털어서 애들이랑 같이 주워서 먹고 거지처럼 있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국장은 MBC에 "(기획사 입장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에 들어서 데뷔를 하게 되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흥행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인권 침해라든지 아니면 계약의 불공정 요구를 얘기하더라도 그걸 감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엠넷의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듀X'는 시청자 생방송 유료 문자 투표로 그룹 '엑스원'(X1)으로 데뷔할 연습생들을 최종적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득표수의 차이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것이 포착됐고, 팬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고소했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엠넷 측은 직접 수사 기관에 의뢰했다.
이후 경찰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건물에 있는 '프듀X' 제작진 사무실과 엑스원 일부 멤버들의 소속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담당 PD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과정에서 엠넷의 또 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 '프로듀스48'도 조작 의심 정황이 나왔고, '아이돌학교'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방경찰청에 '아이돌학교' 제작진을 고소했다.
경찰은 '프로듀스101' 시리즈와 '아이돌학교' 제작진도 차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엠넷 제공, MBC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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