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현대미술의 양대 산맥인 구상과 추상의 구도 속에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을 중심으로 구상화맥을 이어가고 있는 남도작가 5인의 교수들을 작품과 함께 조명해 본다.
먼저 우리나라 인상파 화풍의 원조인 오지호 화백에 대해서는 오 화백의 제자이자 광주시립미술관장을 역임한 오건탁 화백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오지호, 해경(Seascape), 1974, oil on canvas, 40.9×53cm
오지호(1905~1982) 화백은 호남 화단의 거목으로 일본 유학을 통해 프랑스 인상파를 접한 뒤 귀국하여 한국 인상파를 선언한 탁월한 이론가로 피카소 입체 미학 소개로 주목을 받았다.
광주 무등산 자락 초가에서 정착하면서 호남의 정감어린 시골풍경, 정물, 해경 등을 열정적으로 그렸던 화가였다. 1959년 비구상을 인정하지 않는 "구상회화 선언"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본 작품 『해경』은 서정적 남도 풍광으로 바다와 하늘을 특유의 인상주의 화법으로 표현했다. 또한 대상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푸른색과 흰색을 주된 색상으로 하여 빛과 색채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거친 터치, 탁월한 데생력, 잘 짜여진 구도, 활달한 붓놀림으로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최초 『오지호·김주경 2인화집』을 발간해 현대 회화의 근본문제에 관한 회화론을 일제 치하 동경에서 출판하기도 한 한글을 쓰는 민족의식이 투철한 화가였다. 60년대 서구에서 동아시아로 문명이 이동한다는 "알파벳트 문명의 종언"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한문혼용을 할 수 있게 한자 폐지 반대운동에 앞장선 주역이자 민족의식이 투철하고 남도의 곱고 맑은 황토빛의 화가였다.
- 오건탁 前 광주시립미술관장 -
임직순, 풍경(Landscape), 1979, oil on canvas, 45.5×53cm
오지호 교수가 조선대 미대에 영입한 임직순(1921~1996) 교수는 사실주의를 거부하며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절제된 표현과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의 화려한 색체를 화폭에 담아내며 "색의 마술사" 반열에 올랐다.
진양욱, 숲속(In-forest), 1984, oil on canvas, 50×60.6cm
또한 오지호 화백의 제자인 진양욱(1932~1984) 교수 역시 원근의 구별 없이 화려한 색상을 스펀지(sponge)를 통해 부드럽게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신의 가슴을 훔친 색채화가"라고 불리며 스펀지 화풍을 성가(成家)했다.
황영성, 농부의 집(Farmer's House), 1977, oil on canvas, 50×65.1cm
황영성(1941) 교수 역시 남미와 이집트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을 절제된 화면에 표현해 내는 이른바 시리즈(가족, 마을, 황소, 모노크롬 등) 화풍을 선보이고 있다.
최영훈, 무등산(Mt.Mudeung), 1990, oil on canvas, 37.9×45.5cm
아름답고 화려한 꽃 그림으로 일가(一家)를 이룬 최영훈(1947) 교수는 거대한 무등산에도 본인 특유의 기법을 과감하게 적용하여 마치 한 폭의 꽃 그림을 보는 것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오지호, 임직순, 진양욱, 황영성, 최영훈 교수는 구상 화맥을 중심으로 남도화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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