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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 울고 코트에선 울지 마라."
우리은행 박지현이 박지수(KB)와 함께 앞으로 15년간 한국여자농구를 이끌어가야 할 재목인 건 확실하다. 경기를 보면 순간적으로 나오는 센스가 상당한 수준이다. 득점과 어시스트에 대한 본능이 상당하다. 승부처라고 해서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슈팅능력은 괜찮은데, 5대5 농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대인마크 능력도 좋지 않다. 때문에 아직까지 팀에 대한 공헌이 높지 않다. 비 시즌에 U19월드컵, 아시아컵 참가로 우리은행에서 훈련기간이 짧은 탓도 크다.
고교 시절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뛰었다. 때문에 개별 포지션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위성우 감독은 "포지션은 아직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1번은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지현에게 메인 볼핸들러를 맡기면서,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박지현의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위 감독은 고개를 젓는다. "성인 레벨에서 그 역할을 맡기기에는 아직 불안하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이라는 WKBL 최고의 가드가 있다. 박혜진과 김정은 위주로 돌아간다. 당장 박지현은 활동량을 늘려 코트 곳곳에서 받아먹는 플레이를 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런데 위 감독은 "몸이 안 돼있다.(물론 위 감독 특유의 몸 컨디션에 대한 높은 기준이다) 전력으로 뛸 수 있는 건 한 번이다. 한 번은 쏟는데 두 번은 못 쏟는다. 체력과는 조금 다르다. 경험이 부족하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코트에서 '조절'하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은행 특유의 풍부한 활동량의 원천은 비 시즌 훈련이다. 단순히 체력훈련 뿐 아니라 디테일한 움직임과 전술을 완성하는 시기. 그러나 현 시점에서 박지현은 많은 활동량보다 센스 있는 플레이가 장점이다.
그렇다고 박지현을 박혜진의 백업으로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년에 비해 우리은행 뎁스가 얇아졌다. 그리고 임영희 코치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가 결국 박지현이다. 위 감독은 "(백업으로)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다"라고 했다.
현실적인 조언이 쏟아졌다. 위 감독은 "지금 지현이에게 공격에선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한다. 우리 팀이 꽉 짜인 팀이라서 지현이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실제 경기를 보면, 위 감독은 경기 중 박지현에게 독려를 많이 한다. 거의 크게 혼내지 않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지현은 눈물이 많은 스타일이다. 어린 선수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걸 경계한 듯하다) 대신 수비나 리바운드 등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면 지적을 많이 한다.
위 감독은 "지현이가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센스는 좋은데 경험이 부족하다. 적응하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자신보다 작은 공격수에게 밀리는 걸 두고 "자세가 높아서 그렇다"라고 했고, 스페이싱, 코트 밸런스를 잡는 능력이 부족한 걸 두고 "반대 사이드에 노마크인데 3명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더라"고 했다. 슈팅능력에 대해선 "연습할 때는 나쁘지 않은데, 경기할 때는 긴장을 하니 계속 길다.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니 아예 던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위 감독은 물론, 전주원 코치와 임영희 코치가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다. 최근 전주원 코치는 팀 훈련 도중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여기서 울고 코트에선 울지 마라"라고. 더 열심히, 잘 준비해서 코트에서 후회하지 말라는 뜻이다. 24일 하나은행전 직후 박지현도, 베테랑 김정은도 격하게 공감했다.
김정은은 "지현이의 심정이 이해된다. 프로에 오면 섬세함이 고교와 다르다. 수비로테이션이 너무 많고, 공격도 너무 다르다. 지금 부담은 있는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현이는 그냥 (신인드래프트)1순위가 아니다. 특급 1순위다. 시간이 필요하다. 감독님의 운동방식이 강한 건 맞다. 그래도 많이 혼내다가도 당근도 잘 주는 것 같다. 지현이도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면 분명 대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김정은이 본 박지현의 장점은 "이것저것 다 할 줄 안다"다. 그러나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신입생 때는 부담 없이 했다. 2~3년차가 되면서 상대가 장점을 파악하니 막히기 시작했다"라고 털어놨다. 박지현이 그 시기에 들어섰다.
김정은의 조언은 철저한 분석과 준비다. "영상을 엄청 봤다. 연습 밖에 답이 없었다. 영상 미팅도 많이 했다. 그걸 보면서 갭을 줄여야 한다. 지현이가 내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하더라. 너무 이해가 된다. 복잡하면 안 되니 단순하게 하라고 했다"라고 소개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포지션 문제든, 성장과정이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위 감독은 "박지현은 아주 가능성 있는 20세 소녀다. 대표팀 이문규 감독이 '아주 좋은 애벌레'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다"라고 말했다.
[박지현.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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