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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천정명(39)이 영화 '얼굴없는 보스'로 꿈꿔왔던 느와르 장르에 도전,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천정명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 관련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 취재진과 만났다. '얼굴없는 보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 멋진 남자로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실화 감성 느와르 영화.
영화 '구세주: 리턴즈'의 각본과 감독을, '게이트'의 원작자인 송창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얼굴없는 보스'는 조폭 세계의 리얼한 면모를 그려내면서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게 되는 이들의 세계를 조명하겠다는 각오. 특히 영화를 준비한 기획자의 실제 경험이 가미됐고, 무려 9년여(총 8년 10개월 27일)의 기간을 걸쳐 제작한 것으로 전해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가운데, 영화 '목숨 건 연애'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천정명은 가족과 동료들을 파멸로 몰고 갈 수밖에 건달의 숙명, 나아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처절하게 보스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주인공 상곤을 연기했다.
오랜만의 영화 개봉에 "기분이 되게 좋다"던 천정명은 "기존에 했던 장르와 달라서 새로운 시도를, 변화를 추구하고 싶었다. 다양한 장르를 하다 보면 저 또한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존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장르도 마찬가지다.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 재미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복싱 선수를 꿈꿨던 상곤 캐릭터, 더 나아가 날카로운 보스를 표현하기 위해 천정명은 약 13-14kg의 체중 감량까지 감행했다. 그는 "처음엔 덩치가 커야할 것 같아서 그렇게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감독님과 상의한 끝에 날카롭게 보이기로 결정했다. 크면 둔해 보일 것 같았다. 체중은 액션 연습도 따로 하고 준비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빠졌다. 복싱을 전문으로 하는 캐릭터이지 않나. 원래 복싱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씩 했었는데 이번에 영화 하면서 3개월 정도 준비했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다만 액션의 비중은 여타 느와르 장르와 달리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천정명은 "기존에 봐왔던 느와르나 액션은 화려했다. 그런 걸 다 걷어내고, 현실 세계에서 보여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려내려고 했다. 그 분들의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하지만은 않다. 인간이 똑같이 사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사실 저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액션이 더 많이 들어가길 원했어요. 조폭의 삶이라고 하면 액션도 많을 것 같고, 화려하고, 잔인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감독님은 그걸 반대하셨어요. 너무 그런 쪽으로 치우치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그려나갔죠. 조직 사람들도 겉만 멋있어 보이지, 다 부유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극중 상곤은 건설회사 회장의 아들로서 부유한 생활을 누리지만 친구들과의 '의리'를 강조하며 조폭 세계로 빠지게 된다. 상곤의 선택을 두고 천정명은 "저도 이게 궁금했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시는데, 최대한 말을 아끼시더라. 정확히 누구의 이야기인 줄 모르겠다. 그냥 저도 그 정도만 안다. 꼭 조직세계 뿐만 아니라 대기업 임원의 아들 중에서도 다른 쪽으로 빠지고 다른 직업군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 같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상곤은 조직으로 간다기 보다는 의리에 따라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천정명은 조직의 보스치고 담백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식적으로 티를 내면 어색해보일 것 같았다. 건달처럼 보이기 위해 걸음걸이, 행동, 말투 등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저는 전라도파 보스다. 그래서 전라도 사투리를 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말투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지 않나. 초반에 사투리를 연습을 했었는데, 감독님과 상의 끝에 서울말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건달처럼 보이지 않게끔 노력했다. 회사원처럼 보이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데뷔 20년차. 앞서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신데렐라 언니', '하트투하트', '설렘주의보'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로맨스, 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천정명은 부드러운 면모 대신 강렬한 카리스마를 새롭게 입었다. 이러한 변신에는 천정명의 의지가 컸다.
천정명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미지가 박혀있다는 기분이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변화를 추구하고 싶었고 우려도 있었다. 팬 분들은 '천정명은 로코에 더 잘 어울린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는 제가 배우이다 보니까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 이런 장르가 들어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영화 '강적'을 찍었을 때는 몇 작품이 들어왔었는데, 당시엔 재미있던 게 로맨틱 코미디였어요. 그래서 그 작품들을 찍었는데, 이후에 액션, 느와르 장르가 안 들어오더라고요. 연기적인 면에서는 나름의 노력을 했어요. 물론 막상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지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준비를 더 단단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어 "저는 원래 느와르, 범죄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밥을 먹는다든지, 술을 마시는 공간도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이상한 곳은 아니다. 그냥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작품도 톤다운 된 작품을 좋아한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미지라는 게 한 작품을 찍었다고 해서 확 바뀌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쪽에서도 쭉 제 얼굴을 보여드려야할 것 같아요.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면서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어요. 제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천정명의 새로운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래도 좋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나쁘게 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얼굴없는 보스'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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