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살다 보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알 수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 하나가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또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고 한다.
한 시즌에 54경기 치르는 프로농구에서 500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있다. 매 시즌 전경기에 출전하더라도 10번째 시즌이 돼서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수많은 선수가 프로농구를 거쳐갔지만 이를 이룬 선수는 단 35명 뿐이다.
그들 중 이 대기록을 한 팀에서 달성한 선수는 7명이다. 김주성, 추승균, 양동근, 김병철, 함지훈, 이규섭, 그리고 마이데일리 창간 15주년을 맞아 만난 정영삼(인천 전자랜드)이 주인공이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경기 출전수는 어느 누구도 한 번에 확 늘릴 수 없다. 차곡차곡, 하나하나 쌓아야만 이룰 수 있는 기록이다. 때문에 경기 출전수야 말로 늘리기 제일 쉬워보이지만, 어느 것보다 쌓기 어려운 기록이다.
물론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인 시절 '돌파의 달인'으로 불렸던 정영삼은 이제 슛이 장점인 선수로 변해 있다. 신인 시절 경기당 31분 10초였던 출전시간은 이제 11분 5초까지 줄어 들었다.
예전 같지 않은 운동능력과 출전시간. 이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바뀌어가는 현실만 그대로 바라보다가는 모든 기록이 멈추게 된다.
코트 안에서의 비중만 본다면 예전 같지 않을지 몰라도 정영삼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적지 않다. 그는 후배들이 의지할 수 있는 선배이자 주장이다.
그는 팬들에 대한 한마디에 대한 물음에 "내 개인적으로만 본다면 노쇠화도 오고 예전처럼 다이나믹하고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는 없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팀의 고참,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팬 분들께 좋은 성적과 함께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정영삼과의 인터뷰 때 옆에 있던 전자랜드 구단 김지현 주임은 "후배들 모두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커피를 사주신다"라고 귀띔했다. 이를 들은 정영삼은 "당연한 일이다. 연봉에 그런 것도 다 포함돼 있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말은 쉽지만 막상 당사자가 된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말과 행동은 소속팀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영삼은 "이제 전자랜드는 고향이나 집 같은 존재다. 힘들 때 고향이나 집에 가면 따뜻하게 반겨주는 친구도 있고 부모님도 있지 않나. 내게는 그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은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받은 것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열정적으로, 프로 생활이 끝날 때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적지 않은 나이의 선수에게 FA 계약 때 3년을 제시하며 믿음을 드러낸 구단. 그리고 '그동안 받기만 해서 이제는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라는 선수. 이러한 선수와 구단의 마음이 있는 한 '전자랜드 정영삼'의 경기 출전수는 500을 넘어 600, 700까지 착실히 쌓일 것으로 보인다.
[전자랜드 정영삼. 사진=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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