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동백꽃 필 무렵’ 때문에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배우 손담비가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는 손담비와 전혀 반대인 캐릭터임에도 손담비 그 자체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뒤따랐다. 연기자의 길을 걸은 지 10년, 그의 쉼 없는 노력이 얻어낸 결과였다
손담비는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3년 만에 드라마로 컴백했다. 그가 ‘동백꽃 필 무렵’의 향미를 만난 건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동백 역을 맡은 공효진이 대본을 읽으며 그를 떠올렸고, 손담비 역시 향미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다.
“우연한 기회로 캐스팅이 됐어요. 효진 언니가 저를 추천해줘서 시작됐죠. 감독님과 작가님은 향미를 저로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효진 언니가 그렇게 향미를 보며 제가 생각났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책을 재미있게 봤고, 좋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우연한 기회로, 좋은 역할을 맡게 됐어요. 덕분에 그것만 붙잡고 열심히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효진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평소 손담비의 모습은 그가 생각한 향미 역에 딱이었다. 손담비에게 공효진이 그의 어떤 면을 보고 향미를 떠올린 것이냐고 묻자 “평상시에 제가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끔 한 적이 있어요”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그런 적이 없는데?’ 싶었어요. (웃음) 언니가 느끼기에는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제일 중요했던 건 외적인 부분이었어요. 화려한 애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대요. 까멜리아에서 자기(동백)가 주인이 아니고 향미라는 애가 주인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센 캐릭터가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제 얼굴을 떠올리지 않았나 싶어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그러시는데, 언니한테 잘하려고요”라며 웃은 손담비는 공효진뿐 아니라 향미라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탄생 시켜 준 임상춘 작가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대사를 너무 잘 쓰세요. 향미 대사에 속 시원한 것도, 웃긴 것도 많았어요. 말투도 툭툭 내뱉는 것 같은데 사람들의 정곡을 찌는 말도 많이 하고요. 제시카, 규태한테 이야기할 때도 어찌나 속 시원하던지. 말할 때마다 ‘작가님은 어떻게 쓰시는 거지?’ 신기하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하면서도 속 시원하게 연기했어요.”
손담비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말투를 고치는가 하면 외적인 부분에서도 향미처럼 보이기 위해 그야말로 ‘극세사 디테일’을 가미했다.
“향미가 꾸미고는 싶은데 돈은 없으니까, 그래서 뿌리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를 했어요. 색도 맥주에 염색한 것 같은, 옛날에 볼 법한 물 뺀 색깔을 했고요. 헤어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니?’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여러 우려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밀고 나갔죠. 손톱도 제가 발랐어요. 아무래도 일을 하고 그러니까 다 까진 손톱에, 뿌리 염색 안 한 머리, 약간 맹한 표정, 그런 것들을 추가해 향미가 탄생한 것 같아요.”
손담비 뿐 아니라 ‘동백꽃 필 무렵’은 ‘연기 구멍’ 없는 드라마로도 호평을 받았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제 몫 그 이상의 연기를 선보였던 것. 손담비는 “그 안에서 같이 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었다며 특히 노규태 역의 오정세에게 “제가 연기로 버럭은 많이 했지만, 많은 걸 얻었어요”라고 고마워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악플 없는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욕을 한마디도 안 쓰시더라고요. ‘향미에게 제대로 몰입하셨구나’가 많이 느껴졌어요. 굉장히 좋은 말만 써주셔서 기분 좋게 실시간 톡을 봤던 것 같아요.”
인터뷰 중 손담비는 번뜩 생각이 스친 듯 “그리고 저 진짜 코펜하겐 가요!”라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예정돼 있던 화보 촬영지가 ‘동백꽃 필 무렵’ 덕분에 코펜하겐으로 변경됐다고. 손담비는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동백꽃 필 무렵’은 인생작이 맞는 것 같아요. 연기자의 길에서 다시 한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작품이에요. 다음 스탭을 잘 밟을 수 있게 가지가 되어준 작품이죠. 작가님,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사진 = 키이스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