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통한의 3점홈런이었다. 1회 예상치 못한 3점의 지원을 얻었기에 야마다 테츠토의 스윙이 더욱 야속했다. 양현종은 그렇게 내년 도쿄올림픽을 기약했다.
(창간인터뷰①에 이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7일 마무리된 2019 WBSC 프리미어12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오프닝라운드 3전 전승에 이어 슈퍼라운드서 3승 2패를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찌감치 김경문호 에이스로 낙점된 양현종은 결승 진출의 주역이었다. 고척에서 열린 오프닝라운드 첫 경기 호주전 6이닝 무실점으로 쾌조의 출발을 알린 뒤 일본으로 옮겨 치러진 슈퍼라운드 첫 경기 미국전에서도 5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뒷받침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양현종은 일본 언론이 꼽은 최대 경계 대상이었다. KBO 최강 좌완투수, 발군의 제구력 등 각종 수식어를 붙이며 연일 양현종을 다뤘다.
결승전이 열린 17일 일본 도쿄돔. 선공에 나선 한국은 1회초 김하성, 김현수의 홈런으로 요미우리 에이스 야마구치 ??을 조기 강판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 양현종은 그렇게 3점의 리드를 안고 1회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2사 1루서 스즈키에게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뒤 2회 볼넷과 내야안타로 처한 2사 1, 2루서 야마다에게 통한의 역전 3점홈런을 허용했다. 양현종답지 않았던 양현종은 결국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아쉽게 마운드서 내려왔다.
▲“변명은 없다. 내가 못했다”
대회가 끝난 지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양현종은 당시의 아픔을 잊을 수 없다. 가장 아쉬운 건 역시 홈런이었다. 양현종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다. 그냥 내가 못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큰 경기서 1회 무려 3점을 내서 분위기가 넘어왔는데 내 공 하나로 다시 분위기가 넘어갔다. 야구는 실력보다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원인 제공을 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냥 내가 못해서 팀이 졌다는 것밖에 할 말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5일을 쉬었기에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다. 컨디션도 딱히 나쁜 편은 아니었다. 단지 잘하려는 마음에 평소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갔다. 양현종은 “내가 너무 잘하려고 했다.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 제구가 안 됐다. 내 몸이 붕 뜨는 느낌도 있었다”며 “타자들이 뽑아준 3점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섰다. 동료들, 야구팬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난조 원인을 분석했다.
▲화기애애했던 대표팀, 그 중심에 선 양현종
물론 소득도 많았던 대회였다. 최근 국제대회에 나선 대표팀 중 가장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미래를 짊어질 다수의 어린 선수들을 배출했다. 양현종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주변에서도 좋아 보인다고 많이들 말씀해주셨다”며 “그 전에 워낙 좋은 선배님들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셨고, 또 우리들이 그걸 배워 후배들에게 해줬다”고 흡족해했다.
양현종은 대표팀에서도 어린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자청했다. 같은 좌완인 이승호는 대회 내내 “양현종 선배에게 많은 걸 배워간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어린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거침없이 했다. 내게도 많은 질문을 했다. 이승호, 고우석 등 투수들 질문이 많았다”며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 등 팀 후배들에게 하는 말을 똑같이 해줬다. 이승호 같은 경우 선발로 소속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라 더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이 오히려 잘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어차피 각자의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또 맡아야 할 투수들인데 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의 성장을 응원했다.
▲양현종이 말하는 태극마크의 무게감
양현종에게 프리미어12는 5번째 국가대표 승선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무대를 밟았다.
2010년부터 대부분의 국제대회에 뽑히고 있는 양현종에게 태극마크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자부심이란 단어를 꺼냈다.
양현종은 “태극마크는 정말 달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 국가대표에 뽑히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잔인한 위치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국제대회는 당연히 이겨야 하는 부담을 가져야 한다. 나 같은 경우 태극마크를 달고 던지는 자부심이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제 양현종의 시선은 오는 2020 도쿄올림픽으로 향한다. 금메달보다 더 큰 목표는 일본전 설욕이다. 양현종은 “다시 일본을 만나면 내가 나갈지 안 나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다시 던져보고 싶다”며 “결승전 패배를 만회하는 방법은 일본에 똑같이 갚아주는 것밖에 없다. 내년 시즌 팀에서 아무리 잘해도 회복할 수 없다. 꼭 다시 해보고 싶다”고 설욕 의지를 다졌다.
[양현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