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혜진 언니가 편하게 쏘라고…"
한국여자농구에 14일 중국과의 2020 도쿄올림픽 프레 퀄러파잉 토너먼트 A조 첫 경기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79-80으로 뒤진 경기종료 27초전, 박혜진이 왼쪽 돌파에 이은 왼손 레이업슛을 터트린 뒤 수비에서 실점하지 않으며 대어를 잡았다.
100% 전력의 중국을 이긴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중국은 한국에 금메달을 내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서 2진으로 나섰다.(1진은 일정이 겹친 농구월드컵 출전) KB 박지수과 강아정은 "이번 대회 전까지 청소년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통틀어 중국에 이긴 기억이 없다"라고 했다.
박혜진의 위닝샷이 박혜진에겐 '대표팀 컴플렉스'를 깨는 하이라이트였다면, 한국여자농구에는 도쿄올림픽 퀄러파잉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짓는 한 방이었다. 뉴질랜드에 졌기 때문에 중국에 졌다면 한국여자농구의 도쿄올림픽은 끝났다.
또 하나. 박혜진의 위닝샷에 박지수의 숨은 공헌이 있었다. 박혜진은 위닝샷을 돌아보며 "스틸을 하고 치고 들어가는데, 전부 바닥만 보고 있더라. 내가 해결해야겠다 싶었다. 마침 지수가 다가와서 걸어줬다"라고 했다.
박지수는 위크사이드에 있었다. 박혜진이 왼쪽으로 돌파하자 재빨리 다가가 좀 더 안정적으로 레이업슛을 날릴 수 있게 벽을 쳐줬다. 기록지에 드러나지 않는 공헌이었다. 중국에 총력전을 하며 누구나 힘든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지수는 힘을 짜냈다. 덕분에 박혜진은 좀 더 안정적으로 왼손 레이업슛을 넣었다.
박지수는 "그날 2대2가 잘 됐다. 자연스럽게 간 것이었다. 그 전에 혜진 언니가 레이업슛을 한 번 넣지 못했다. 언니가 편하게 쏘라고 픽을 걸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리고 스크린만 생각하고 박혜진에게 다가간 것도 아니었다. 박지수는 "만약 레이업슛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리바운드를 잡아야 했다"라고 돌아봤다. 실제 박혜진이 왼손 레이업슛을 날리자 박지수는 골밑으로 돌진하며 공격리바운드를 준비했다.
물론 빅맨에게 스크린과 리바운드는 필수적 기술이다. 그렇다고 해도 극한의 상황서 동료를 위해 기꺼이 벽을 치러 달려가고, 찰나에 혹시 모를 다음 상황까지 가정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만큼 박지수의 센스와 마인드가 남다르다는 증거다.
심지어 박지수는 27일 신한은행전 승리 직후 "내가 스크린을 걸어서 언니들이 득점하면 내가 득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KB 안덕수 감독은 "지수는 마음을 먹으면 경기력으로 나온다. 정말 이기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라고 했다. KB 이영현 코치도 "지수가 정말 똑똑하다. 그러니 그런 움직임도 나온다"라고 했다.
숨은 1인치. 당시 벤치에 있던 강아정은 "사실 그 때 (김)정은 언니가 미스매치였다. 벤치에서 혜진이에게 '정은 언니한테 줘'라고 계속 소리쳤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더니 "그런데 혜진이가 넣었다. 벤치에서 '잘 했다'면서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박지수(위),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아래).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