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 말이 항상 정답이면 전승해야지."
DB는 15일 오리온을 상대로 4연패를 끊었다. 확실히 최근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속출했다. 윤호영, 허웅, 김민구가 부상을 딛고 돌아왔으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다. 치나누 오누아쿠는 부친 장례식으로 3경기 결장했고, 팀에 복귀했다. 특유의 선수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다. 기존 멤버들이 체력 과부하에 걸렸다.
칼렙 그린이라는 유능한 에이스가 있다. 정확한 외곽슛과 넓은 시야에 의한 좋은 패스워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윤호영과 허웅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서 그린 위주의 단조로운 옵션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불완전한 전력에 체력 과부하가 겹쳐 실책이 많은 편이다.
그래도 12승10패로 잘 버티고 있다. 5위지만, 2위 KGC에 단 1.5경기 뒤졌다. 이상범 감독이 인상적인 건, 지난 두 시즌 동안 보여준 것처럼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큰 틀에서의 원칙을 지킨다는 점이다.
실책이 많은 것을 두고 "빅맨을 활용하는 농구(포스트업이 아닌, 2대2와 거기서 파생되는 옵션)을 해야 하는데, 실책을 의식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빅맨에게 공을 제대로 넣어주지 못한다. '실책 하지 마'라는 소리는 안 한다. 실책이 나와도 빠르고 활기찬 농구를 해야 한다. 단, 쓸데없는 실수는 줄여야 한다"라고 했다.
기본은 여전히 특유의 촘촘한 로테이션 농구, 업 템포 농구다. 좁아진 로테이션 폭에서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책이 잦고,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이 감독은 지난 10일 삼성전 막판 하프코트프레스를 지시하며 게임체력을 끌어올렸다. 당장의 패배가 아닌 시즌막판을 바라봤다. 대신 연패 기간에 박스아웃, 수비 등 기본이 무너진 모습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세부적으로 계속 준비한다. 이 감독은 "2대2에 의해 파생되는 옵션을 계속 연습하고 있다"라고 했다. 오누아쿠는 2대2가 능숙하지 않다. 김종규는 부지런하지만, 세트오펜스보다 속공에서 완성도가 높다.
시즌 초반 김종규~윤호영~오누아쿠 트리플포스트의 수비력으로 상당히 재미를 봤다. 최근에는 약점이던 외곽수비가 좋아졌다는 판단이다. 이 감독은 "종규의 경우 팀 디펜스에서 한~두발 더 움직이는 모습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2대2 수비에서 헷지나 스위치, 그에 따른 로테이션을 의미한다.
상황 변화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이어간다. '생각하는 농구'다. 김태술이 10월13일 LG와의 원정경기 막판 작전시간에 직접 작전판을 들고 선수들과 얘기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항상 "내 말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큰 틀만 정해주고, 세부적으로 선수들끼리 얘기해서 바꿀 건 바꿔도 된다"라고 말해왔다.
팀이 순탄치 않은 상황서도 이 기조를 지킨다. 이 감독은 "감독 말이 무조건 정답이면 전승해야지. 비 시즌에 패턴 연습할 때나, 요즘 경기를 준비할 때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기발한 것도 많다"라고 말했다.
3라운드 중반이다. 이미 9개 구단과 두 차례 이상 맞붙은 상황. 세부적인 장, 단점이 드러났고, 큰 틀에서 핵심 공격패턴에 조금씩 수정을 하는 시기다. 이 감독은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다. 그는 "물론 선수들이 나한테 직접 말을 하지는 않는다. 자기들끼리 의논해서 코치들에게 얘기한다"라고 했다.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큰 틀의 원칙을 바꾸면 팀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게 이 감독 지론이다. 선수들이 한발 더 뛰는 열정만 있으면 최대한 개개인의 의견과 개성을 살려주는 게 이 감독 스타일이다.
경기 도중에도 소통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스크린에 걸려 슈팅 공간을 내줄 때 상대 슛 컨디션을 감안, 파이트스루를 슬라이드로 바꾸는 등의 움직임은 선수들끼리 얘기해서 알아서 바꿔도 무방하다. 패턴을 할 때, 상대의 대처에 조그마한 움직임 등의 변화 역시 용인하는 게 이 감독 스타일이다.
이 감독은 자신이 팀의 주인공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감독이 큰 틀을 제시하면, 경기를 하는 건 선수들이다. 그 어떤 상황에도 선수들의 주관과 개성을 존중해야(무조건 선수들에게 맞춰준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선수도 발전하고, 결국 팀이 강해진다고 믿는다.
이 감독은 "SNS가 발달했고, 자기 PR 시대이지 않나.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선수도 '이때 이런 건 이런 이유로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떤가요?'라는 식으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농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고, 성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상범 감독(위), DB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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