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용인 김진성 기자] "나도 궁금해."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외국선수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뽑은 엘레나 스미스(193cm)가 발목 부상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일시대체 비키바흐가 수비에 약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스미스의 빈 자리를 잘 메웠기 때문이다.
스미스와 비키바흐는 신장이 같지만, 스타일은 다르다. 비키바흐는 정통 5번이고, 스미스는 4번에 가까운 3.5번이다. 외곽공격력을 겸비했다. 즉, 개막전부터 비키바흐 위주로 다져온 시스템을, 시즌 중반에 스미스 위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 스미스가 외곽에 있을 때 국내선수들의 스페이싱을 다듬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KBL도 시즌 도중 이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객관적으로 스미스가 비키바흐보다 좋은 선수지만, 정 감독은 국내선수들이 시스템에 변화하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WNBA 시즌을 마치고 오랜만에 치르는 실전이다. 정 감독은 19일 삼성생명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나도 30분을 다 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 신한은행을 상대하는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도 "이런 경기가 준비하기가 더 힘들다"라고 했다. 신한은행의 경기력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스미스의 기량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일단 신장 대비 기동력, 활동량이 돋보였다. 아직 국내선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얼리오펜스 가담도 가능한 수준이었다.
리바운드와 몸싸움에 적극적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범위가 수직뿐 아니라 양 옆으로도 넓었다. 파울 관리라는 변수가 있지만, 외국선수의 왕성한 리바운드 가담은 국내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공격에선 외곽보다 골밑 비중이 높았다. 김단비, 김이슬의 랍패스를 받아 곧바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양손 모두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원투스텝을 밟고 페이스업을 한 뒤 올려놓는 득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삼성생명은 일시대체 외국선수 비키바흐가 비자발급을 위해 일본에 갔다. 이날 결장했다. 기본적으로 스미스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삼성생명은 3쿼터부터 스미스에게 트랩을 했다. 이때 스미스에게서 빠져나간 패스가 한채진의 3점포로 연결됐다. 3쿼터 막판에는 골밑에서 두 명을 뚫고 올라가 3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국내선수들과의 2대2는 많지 않았지만, 공격에선 옵션이 상당히 늘어날 듯하다.
반면 수비의 경우, 배혜윤의 돌파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배혜윤은 상당히 영리했다. 경기 초반 미드레인지에서 양인영의 득점을 도왔고, 3쿼터에는 윤예빈의 3점포를 돕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2쿼터부터 수비 응집력이 살아났다. 결국 신한은행의 근소한 리드로 4쿼터 승부처에 돌입했다.
흐름이 급변했다. 일단 스미스가 3쿼터 후반부터 다소 지친 기색이 보였다. 게임체력이 부족한 증거. 당연하다. 리바운드 가담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반면 삼성생명은 스미스에 대한 강한 압박을 이어갔다. 트랩으로 잇따라 스미스의 실책을 유발했다. 앞선에서의 압박도 상당히 좋았다. 신한은행은 김이슬이 크게 위축되며 흔들렸다.
이때 파생된 찬스를 김한별이 모두 해결했다. 김한별은 4쿼터에 3점슛 5개를 던져 4개를 림에 꽂았다. 초반 4개 연속 성공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지친 듯했던 스미스는 공격에선 돌파와 3점포로 활로를 뚫은 반면, 수비와 리바운드에선 공헌도가 떨어졌다. 이런 상황서 2분42초전 삼성생명 배혜윤의 5반칙 퇴장.
1분46초전. 스미스가 김한별과 양인영 사이를 헤집다 트레블링을 범했다. 삼성생명도 54초전 김한별이 스미스의 골밑 돌파를 막다 5반칙으로 퇴장했다. 이때 스미스가 자유투를 1개만 넣어 1점차로 추격했다. 이후 30.8초전 양인영이 박하나의 패스를 골밑에서 마무리한 뒤 추가자유투를 넣었다. 신한은행의 골밑 수비 미스. 결국 삼성생명의 76-70 승리. 7연패서 벗어났다.
스미스의 데뷔전은 강렬했다. 28점 11리바운드. 기동력과 공격력, 골밑 장악력이 확실하다는 게 입증됐다. 3점슛도 갖췄다. 다만 게임체력이 원활하지 않아 4쿼터에 활동량과 팀 공헌은 다소 떨어졌다. 실책도 많았다. 그 사이 김한별이 게임체인저가 이렇다는 걸 보여줬다. 4쿼터 연속 3점슛 4방은 엄청났다. 김한별의 빅샷을 가능하게 한 삼성생명의 강렬한 수비 활동량, 스미스의 실책 유발은 백미였다. 신한은행의 이날 실책은 무려 24개다.
[스미스(위), 김한별(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