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섀도우무브’의 이여진 슈즈 디자이너는 어렸을 때 한국무용을 배웠다. 고등학교에서도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너무 열심히 연습했던 탓일까. 몸에 무리가 왔다. 한 두 번씩 쓰러졌다. 더 이상 운동하면 큰 일 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들었다. 무용을 배우는 틈틈이 모델활동을 병행하며 영화배우의 꿈도 간직했다. 고3 시절, 방송연예과와 무용학과 중 어디를 갈까 고심 끝에 전자를 택했다.
한국무용을 꿈꾸던 소녀, 슈즈 디자이너가 되다
“더 이상 무용을 할 수 없었어요. 20대 초반에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영화 오디션도 보고,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가 안 맞았아요. 기획사를 나와 플로리스트가 됐죠. 어머니가 플로리스트셨거든요.”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딴 뒤 웨딩회사에서 일했다. 남다른 컬러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다. 컬로 조합이 독특하다는 평을 얻었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안정감은 있었지만, 자극이 없었다.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어요. 글 쓰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거든요. 동대문에서 옷을 사입하여 입고 느낌을 적어서 올리니까 판매까지 이어지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구두까지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렸어요. 그때 내 브랜드를 만들자고 결심했죠.”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하이힐을 신을 정도로 슈즈를 좋아했다. 개성 있는 컬러감각을 슈즈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처음엔 겁이 났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때 구두 디자이너이자 공장 사장인 선배가 “넌 감각이 있으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 넣었다. 2017년, 그 때 나이가 35살이었다.
곡선과 균형은 나만의 비밀
평소에 그림자를 좋아했다. 사진을 찍어도 빛과 그림자의 명암을 고려했다. 후배는 ‘무브’를 추천했다. ‘그림자가 움직인다’는 섀도우무브 브랜드명을 만들었다. 이름 자체가 역동적이다.
“힐을 예쁘게 만드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곡선과 균형은 나만의 비밀이죠. 이 황금비율을 지키기 때문에 고객이 편안함을 느껴요. 9cm 힐을 신고도 편한 슈즈는 많지 않아요. 기본 디자인 자체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추구해요. 관건은 컬러죠. 고객들이 ‘미친 컬러’라고 평해요. 설레고 흥분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미친 컬러’로 고객 사로 잡아
레트로 감성도 담았다. 어렸을 때 집에 LP판이 많았다. 지금도 가끔씩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다. 인터뷰 도중에도 음악을 틀었다. 간결함, 세련미, 레트로 등이 조화를 이룬 섀도우무브를 신으면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혼자 모든 것을 다 해야하니까 처음엔 힘들었죠. 판매 루트도 없고, 고객 만나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만의 역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목표는 ‘제2의 지미추’가 되는 거예요. 지미추를 존경하거든요. 섀도우무브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드는게 꿈입니다.”
2020년 콘셉트는 ‘드림’
‘섀도우무브’의 내년 콘셉트는 ‘드림’이다. 꿈을 품은 달. 꿈을 컬러로 표현할 생각이다. 후배 양성 목표도 세웠다.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어도 슈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도 선배의 도움을 받았다. ‘두칸’의 최충훈 디자이너가 손을 내밀었다. 두칸과 섀도우무브는 지난 11월17일 베트남 국영방송 VTV에서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단독 패션쇼를 펼쳤다. 두칸이 섀도우무브를 키워주듯이, 자신도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최충훈 디자이너처럼, 저도 힘이 생기면 후배들을 끌어주고 싶어요. 한국 슈즈가 최고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죠. 저 혼자 가서 좋은게 아니거든요. 후배들과 함께 한국 슈즈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싶어요.”
[사진 = 섀도우무브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