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심점은 없는 것 같다."
KEB하나은행 이훈재 감독은 18일 우리은행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왜 우리가 무너지는지 생각을 해봤다. 우리 팀에 구심점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외국선수가 구심점을 맡아왔다"라고 했다. 에이스 강이슬에 대해 "히어로가 될 수 있는 선수이지, 구심점은 아니다"라고 했다.
농구는 구심점, 즉 코트의 리더가 상당히 중요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점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에이스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체력이 떨어져 힘겨운 상황이나 각종 악재로 팀이 어지러워진 상황서 코트 안팎에서 팀의 중심을 잡고, 하나로 뭉치게 하면서 전력 이상의 저력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선수가 구심점이자 리더다.
단, 외국선수가 이 역할을 하는 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약 변수가 있지만, 대다수는 한 시즌만에 결별 혹은 이적의 변수를 맞이한다. 과거 KBL과 WKBL 우승팀들을 보면, 국내선수 구심점이 반드시 있었다.
지난 시즌 KBL 현대모비스 통합우승을 달성한 현대모비스의 구심점은 양동근이다. 2년 전 SK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는 김선형이 있었다. 당시 정규경기 우승을 차지한 DB에는 김주성이 있었다. 김주성이 코치로 변신한 현재 윤호영이라는 구심점이 있다.
WKBL의 경우, 과거 신한은행 왕조를 이끈 구심점은 단연 전주원 현 우리은행 코치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역시 현 임영희 코치가 구심점 역할을 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구심점이다. 공수겸장이 된 김정은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디펜딩챔피언 KB의 경우 에이스는 박지수지만, 구심점은 강아정이다.
구심점이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는 위기서 드러난다. 위에 거론한 국내선수 구심점이 있는 팀들은 결국 고비를 넘기고 승리하고, 좋은 결과물을 가져온다. 그러나 국내선수 구심점이 없는 팀들은 중, 하위권에 머무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나은행은 창단 후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구성원 대부분 어리다. 강이슬, 신지현 등은 단점도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좋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구심점은 아니라고 본다. 위기서 팀을 이끌어가는 역량은 부족하다. 두 사람보다 임팩트가 떨어지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기에 바쁘다.
이 감독은 "구심점이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없으면 잡기 힘들다. 막판 고비에 턴오버 하나, 리바운드 하나 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전 역시 막판 2~3점차까지 추격했으나 턴오버가 나왔고, 우리은행 특유의 왕성한 수비활동량에 위축돼 야투율이 떨어졌다. (경기막판 르샨다 그레이의 트레블링이 의심되는 스탭이 지적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심판설명회 결과 트레블링이 아니었다. 석연찮은 판정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 역시 그 팀의 역량이다) 확실히 박혜진이라는 구심점이 있는 우리은행은 수년간 다져온 저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넘기는 힘이 있다.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그런 힘이 떨어진다.
이 감독은 "그래도 막판에 따라간 경기들을 보면 우리 젊은 선수들이 많이 좋아졌다. 추격하는 것 까지는 칭찬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하나은행은 수년간 젊은 선수들 개개인의 잠재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구심점이 하루아침에 생길 수는 없다. 기량이 쌓이고 세월이 흘러야 한다. 이 감독의 통렬한 자기비판은 곧 하나은행의 냉정한 현실이다.
[이훈재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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