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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오랫동안 ‘나의 나라’ 촬영을 했어요. 준비 기간도 길었죠. 긴 시간 동안 다 같이 많은 노력이 들어간 만큼 아쉽고 한편으로는 촬영이 길었으니까 후련하기도 해요. 항상 시원섭섭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배우 인교진이 JTBC 드라마 ‘나의 나라’로 다시 한번 감초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세밀히 정제되고 계산된 코믹 연기로 극을 환기시켰고, 드라마가 무거운 분위에 짓눌리지 않도록 일조했다. 덕분에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호평도 뒤따랐다.
“저 나름대로는 더 보여줄게 남아 있어요. 다른 배우는 모르겠는데, 저 나름대로는 제 배역에 대한 작가가 된 것 같아요. 이런 장면도 있었으면 좋겠고. 어떻게 보면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아쉬운 면이 있어요.”
아내이자 배우인 소이현의 평가는 어땠을까. 소이현은 설사 인교진이 잘못을 하더라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돌려서라도 이야기하지 않고, ‘정말 잘했다’며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 타입. 인교진은 “항상 ‘난 오빠 믿지’라고 이야기를 해줘요.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라며 아내를 향한 애정과 신뢰를 드러냈다.
“배우가 예민한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와이프의 경우도 아닌 것 같아도 예민한 부분들이 있을 거예요. 저희는 사실 모니터했을 때 아쉬운 부분을 본인이 제일 먼저 알아요. 같이 연기한다고 해서 ‘좀 아쉬운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별로일 것 같아요. 저도 와이프의 마음을 알고, 와이프도 저의 마음을 아니까 ‘괜찮아. 파이팅하면 되지. 드라마가 한 신이야? 다음번에 잘하면 되는 거지’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요.”
본인은 아쉬웠다지만, 소이현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남편의 기를 살려준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터. 실제 ‘나의 나라’를 본 이들은 인교진이 연기한 박문복 캐릭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반응에 대해 묻자 인교진은 “인상 깊었다기보다, ‘인교진 최고’라고 ‘인교진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냐’고, ‘나의 나라를 인교진이 살렸다’고 그런 이야기만 기억이 나요. ‘이빨이 왜 그러냐’, ‘말이 되냐’ 이런 건 기억이 안 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선사했다.
“전체적으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생기기도 해요. 그래도 거기 있는 말, 좋은 거 많이 받아들여서 또 해야지 싶어요. 장단점이 있어요. 긍정적, 부정적인 게 분명히 있죠. 저희 와이프는 (실시간 반응이 올라오는) 톡만 보지 말고 모니터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럼에도 아쉬웠던 점에 대해 묻자 인교진은 “저는 재미있고 장난스럽고 이런 것들이 대다수였어요. 조금은 진지한 것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났죠. 장혁 선배님처럼 진지하게요. (어필을 해보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서 그런 어필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또 제가 어필을 하는 배우가 아니에요. (웃음) 주어진 것 내에서 최대한 제 걸로 표현하는데 신경을 썼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히 웃으며 볼 수 있을지 몰라도, 박문복은 인교진이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한순간 극의 흐름을 깨버릴 수도 있는 캐릭터. 연기하는 배우로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코믹 연기의 톤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가라앉으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 있다가 빵긋하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저 혼자 붕붕 뜨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외모적으로도 그런데 말이죠. (웃음) 내가 밥 세끼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나의 나라고, 내 사람들을 지키는 게 나의 나라라는 게 주제였기 때문에 해야 할 걸 중심을 잃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인교진은 스치기만 해도 눈과 귀를 강탈하는 박문복 역할을 위해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 사투리 등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박문복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준 까만 치아도 그의 재치.
“제가 평소에 치아로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와이프 우울할 때 해주면 좋아하고, 애들도 아빠 이빨 썩었다며 되게 좋아해요. (웃음) 군역 생활을 오래 해서 처절하고 지저분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표현될 수 있을까 싶어 감독님, 작가님을 처음 뵌 자리에서 ‘그렇게 해보면(까만 치아) 어떨까요?’라고 했더니 좋아해 주셔서 하게 됐죠.”
이런 파격 비주얼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교진을 알아채지 못한 이도 있었다. 이런 반응이 언급되자 “저희 딸들은 대번에 알던데”라고 말해 웃음을 안긴 인교진.
“하은이가 첫 방송을 딱 보고 ‘아빠 사탕 먹고 이빨 안 닦아서 저렇게 됐다’고 하더니 그날 밤에 칫솔을 가져와서 ‘아빠 이빨 닦아줘야 한다’며 닦아줬어요. 그때 감동했죠. 둘째는 첫째 딸이 했던 걸 따라 해요. 둘째가 거기서 ‘어떡해’하며 추임새를 넣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인교진은 박문복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오는데, 딸이 유치원에서 색종이를 자신의 이마에 붙이고 아빠라고 했다며 ‘딸 바보’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아직 어린 딸들이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을 진지하게 보냐는 말에 “진지하게 안 봐요. 저도 엄하게 ‘이거 안 돼’라고 하기는 하지만 강하게 하는 건 엄마고 전 아이들을 즐겁게, 재미있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아빠는 TV에 나와도 웃기고, 현실 세계에서도 웃기고 그런 사람이죠”라며 “그래야 나중에 아빠가 대우받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인교진은 극 중 러브라인도 선보인다. 화월(홍지윤)을 향한 순애보적 사랑이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했다. 그러나 초반엔 걱정도 됐다고 털어놨다. 박문복의 외모가 이들의 사랑에 몰입하는데 높은 진입장벽이 될까 우려했던 것.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게 과연 멜로가 될까?’,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걱정됐죠. 중간에 한 번 세월이 튀어서 ‘이빨을 닦자’ 싶었어요. 조금은 허구가 있고 과장될 수 있겠지만, 사실적으로 납득이 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화월이에게 미안했어요. 많이 동생이기도 한데, 그 역할에 미안하더라고요.”
극 중 박문복은 세상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다. 재산 모으는데 열을 올린 그가, 짠돌이였던 그가, 자신이 목숨값이나 다름없는 전 재산을 들고 화월을 데려오려는 신은 안방극장 여심을 들썩이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도 이런 로맨티스트냐는 질문에 인교진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겸손한 말을 건넸다.
“와이프한테 잘하려고, 재미있게 해주려고 노력은 해요. ‘로맨티스트죠?’라고 질문한다면 로맨티스트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문복이가 화월이한테도 재미있게 해주려고 하잖아요. 실제로 와이프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동안 코믹 연기의 정점을 찍었고, ‘나의 나라’로 유머러스한 연기의 대가임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한 인교진.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 것처럼,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건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주어지는 배역이 한정되지 않을까 우려될 수도 있을 것. 인교진은 걱정과 부담이 된다면서도 “제가 이걸 즐겨요. 연기하며 저도 즐거워요”라고 밝혔다.
“분장해주시는 형님이 계시는데, 예전에 악역 하셨던 분들 아이들이 ‘너네 아빠 나쁜 사람이잖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중간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그런 역을 안 해서 사라진 배우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하며 ‘나 어떡하지?’ 그런 고민을 처음 해봤어요. 그런 부분은 조금 고민이 되고, 한 번쯤은 아빠도 멋있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과연 보시는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이 되긴 해요. 그리고 저는 너무 좋거든요. 행복한데, 숙제인 것 같아요.”
인교진은 내년이면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다. 어떻게 좋은 작품, 좋은 모습으로 만나갈지가 배우 인교진의 고민.
“2000년에 공채로 시작해 신인이라는 이야기를 10년 들었어요. 그 시절이 길었는데 저에게는 항상 제 가치를 알아주고 저를 높게 평가해주는 와이프가 있어서 다행이었고 그로 인해서 제 역량을 느지막하게나마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무척 행복해요. 예전 생각을 하며, 역할이 크고 작고가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런 인교진의 2020년 계획은 다방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작품을 오래 쉬고 안 하는 건 반대에요. 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타이밍 좋은 시기에 작품을 만나 하고 싶어요. 예능도 즐거웠는데, 저에게 맞는 예능이 있으면 출연하고 싶어요. 인간 인교진으로서, 부모로서, 남편으로서, 바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 = 키이스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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