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등급제 폐지는 일단 잘한 일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신년 벽두에 이루고 싶은 소망과 꿈을 펼쳐보는데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축제 총감독 이름표를 달고 올 한 해 하얀 쥐처럼 부지런히 움직여 나 자신은 물론 축제를 맡은 지역에 번영과 풍요라는 선물을 듬뿍 안겨드리고 싶다.
경자년 하얀 쥐는 번영. 풍요. 재물. 기회(機會)를 상징한다. 이 세가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기회가 중요하다. 기회는 ‘어떠한 일이나 행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성사시키려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때를 놓치면 힘은 두 배로 들고 결과는 빈약하기 마련인데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박양우 장관)가 지역축제를 위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참 좋은 선택을 했다.
그것은 바로 지역축제 등급제를 폐지하고 '2020~2021년도 문화관광축제' 35개를 선정한 것. 지난해 4월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등급에 따른 예산을 차등 지원했던 기존의 축제 등급제를 폐지하고 등급 구분 없이 재정지원 대상만 지정한 것인데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지역축제 총감독을 하면서 어려웠던 문제 중 하나가 축제 등급제였다. 지자체 단체장은 물론이고 축제 담당 공무원 모두가 우수 등급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니 지역 정체성에 맞는 축제 콘텐츠 개발과 내실 있는 운영에 주력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총감독 역량을 믿고 콘텐츠 개발과 프로그램 운영을 맡기면 좋을텐데 관광객 숫자에 따라 등급을 매기다 보니 마찰이 많았고, 솔직히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도 더러 있었다.
지역 축제를 진단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야기가 벤치마킹을 빙자한 베끼기다.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보인데 이런 제 살 깎아 먹는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지역축제 전체를 망가뜨리는 저해요소다.
등급제를 폐지한 것은 지역축제 총감독으로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등수를 매기는 줄 세우기 서열제를 없앤만큼 지역 콘텐츠가 명품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 그러나 서열제의 폐단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의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대한민국 지역축제가 날개를 달기 위해는 차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양우 장관 외래 관광객 2000만명 목표
2일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에 2020년도에 달성해야 할 많은 목표를 언급했다. 필자의 눈에 들어온 대목은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콘텐츠 산업 규모 133조원 달성>이었다. 또 “국민 문화예술 행사 관람률 83%, 생활 체육 참여율 68% 등 역대 최고치 갱신을 목표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도 눈에 잡혔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 수는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12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역대 최대 외래 관광객 1725만 명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박양우 장관은 올해의 1725만 번째 외래 관광객으로 한국에 입국하는 인도네시아 가족 6명에게 꽃목걸이와 꽃다발을 증정했다. 아직 지난해 외래 관광객 수가 최종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740만 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는 이보다 250만 명이 증가한 2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역축제 총감독으로써 지역 축제장에서 얼마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지 큰 기대가 된다.
1월 4일 자 시사저널에서 의미 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2020년 체험과 IT가 한국 관광시장 연다’는 타이틀이었는데 ‘한국관광공사의 2019 외래 관광객 조사(3분기)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쇼핑(중복응답·64.0%), 음식과 미식 탐방(60.1%), 자연풍경(33.7%), 역사와 문화유적(23.6%), 세련된 현대 문화(21.7%)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2019년 한국 관광의 키워드는 ‘한류’다.
지난 해 외래 관광객 기록을 경신한 일등 공신은 방탄소년단이다. 이어 엑소, 슈퍼주니어, 빅뱅, 신화, 아이유 순으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와 있고, 대한민국 체험을 위해 앞으로 또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방한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의미 있는 현상이 지역축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외래 관광객 2천만명 중 단 10%만이라도 지역축제가 참여한다면 대한민국 지역축제는 지역 경제의 효자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축제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
2019년 세밑, 정부가 한류 산업과 연계한 관광객 유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12월19일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문체부는 2020년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류 관광’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K콘텐츠, K뷰티, K푸드와 연계한 페스티벌을 연 2회 개최하고, 한류 연계 방송이나 시상식 방청권을 활용한 방한 관광객 유치를 3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주 내용이다. 솔직히 이 내용을 보고 아쉬움이 컸다. 지역축제 총감독 직업병이 발동했는지 지역축제를 한류 관광과 연계하겠다는 언급이 있기를 바랬다.
올 한 해 대한민국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는 그 모두가 K콘텐츠, K뷰티, K푸드의 원천 소스다. K푸드 하나만 예로 들어 보자. 농.특산물 축제, 음식 축제는 콘텐츠 하나하나가 K푸드를 대표한다. K콘텐츠, K뷰티, K푸드와 연계한 페스티벌을 연 2회 개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자생적으로 역량이 잘 갖춰진 지역축제를 활용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2020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35개 축제는 2년간 차별 없이 각각 국비 7천만원(예정)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문화관광 축제 명칭 사용과 한국 관광 공사를 통해 홍보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등급제는 사라졌지만 아쉬움과 문제점은 남아 있다. 2년 지원이 끝난 후 차기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기 위해 축제 담당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얼마나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낼지 걱정이다. 정부의 지원이 지역 경제와 문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화, 흥행의 키워드
대한민국이 축제 공화국이 되기 시작한 게 1995년이다. 1995년은 35년 만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해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가 있었다. 이때부터 지역축제 개발 사업이 활성 되었다. 지역축제 개최 명분은 지역에서 전승되는 스토리와 특산물, 관광지를 축제로 승화시켜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시너지 효과를 올리자는 것. 여기에 중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활짝 열린 마이카시대가 접목되어 지역축제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고 급성장했다. 이 결과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와 대규모 행사는 1500여 개에 달한다. 규모 면에서 본다면 더할 나위없이 만족한 상태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절반 이상의 지역축제가 기초단체장 결단에 의해서 만들어진 선심성 축제다 보니 속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축제 갯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지만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한 행사는 몇 안된다. 독일 최대 맥주 축제인 옥토버 축제나 하얼빈 빙등 축제 등에 비하면 세계적인 축제라고 내세울만한 게 없다. 천안 흥타령축제. 무주 반딧불 축제, 보령 머드 축제, 김제 지평선 축제 등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지역 축제가 외형에 비해 내공이 약한 것은 지역 축제의 주체가 지자체이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이 교체되거나 단체장이 물갈이 되면 지역축제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축제가 경쟁력 있는 문화자산, 경제 자산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과 전문가가 실질적 운영주체가 돼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평가라는 틀 안에 갇혀 타 축제와 경쟁하는데 체력 소모를 해서는 안된다. 지금부터라도 질적 성장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관광객 숫자와 수익으로 단순 평가되는 경쟁보다는 콘텐츠에 주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면 더디더라도 충분히 세계로 향하는 글로벌 축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지자체 자체적으로는 해외에 축제 홍보를 하기가 어렵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축제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준다면 지역축제도 급성장을 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또 하나의 한류가 형성 될 것이다.
성공한 외국 축제를 들여다 보면 축제 산업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 있다. 올해 2020년 내 목표는 가치를 입은 축제, 마니아를 생성하는 축제, 매력적인 것과 연계하는 시너지 넘치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다. 올 한 해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나 스스로 큰 기대를 걸어 본다.
필자 소개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대한민국 지역축제 총감독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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