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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색깔이 비슷한 것 같다."
올 시즌 KT와 오리온은 만나기만 하면 접전을 벌인다. 화끈한 난타전이다. KT가 2승1패로 앞섰다. KT는 평균 89득점, 오리온은 평균 88.3득점을 올렸다. 11일 고양에서 열린 4라운드 맞대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KT 서동철 감독은 "우리나 저쪽이나 색깔이 비슷한 것 같다"라고 했다. 실제, 두 팀은 장신포워드를 대거 보유한 점이 비슷하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저쪽이 수비로 승부를 보는 팀은 아니다"라고 했다. KT는 수비조직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수비에 능한 선수가 많지 않다. 오리온 역시 올 시즌 공수마진은 좋지 않다. 공격력과 수비력 모두 떨어진다.
이날 경기의 변수는 오리온 최진수와 허일영이 부상으로 결장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KT는 손쉽게 미스매치 공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알 쏜튼이 오리온만 만나면 잘했다. 보리스 사보비치는 외곽수비가 약하다. 아드리안 유터 역시 골밑 수비력이 좋은 자원.
KT는 허훈과 바이런 멀린스의 2대2 옵션을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쏜튼을 적극 활용했다. 사보비치가 주로 쏜튼을 수비했고, 이승현이나 박상오 등도 거들었다. 역시 내, 외곽 공격에 능한 쏜튼은 오리온이 막기 쉽지 않다.
쏜튼이 출전시간대비 높은 생산력을 보여주면서, 허훈도 한 차원 높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쏜튼의 스크린을 받고 3점포를 터트리거나, 돌파한 뒤 리너슛을 넣고 3점 플레이를 완성하는 장면은 백미였다. 결국 전반 내내 KT의 근소한 우세.
그런데, 사보비치도 터지기 시작했다. 3쿼터에 야투율 100%를 과시했다. 쏜튼 역시 베테랑이라 체력은 좋지 않다. 사보비치를 제어하지 못했다. 사보비치는 전형적인 유럽스타일의 스트레치4. 그러나 그동안 골밑 공격에 비해 외곽슛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때문에 사보비치를 수비하는 팀은 골밑을 집중해서 막았다.
하지만, 이날 사보비치는 외곽슛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KT 국내선수들이 스위치를 해서 사보비치를 맡을 때, 사보비치는 페이크로 속인 뒤 돌파 옵션을 택하며 득점 확률을 높였다. 신장이 있기 때문에, 사보비치의 돌파를 KT가 막는 것도 쉽지 않다. 멀린스를 투입해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여기에 오리온은 이승현의 수비 및 리바운드 가담이 엄청났다. 올 시즌 이승현 특유의 에너지가 다소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2쿼터 추격과 3쿼터 주도권을 잡는 과정에서, 이승현이 KT 포워드들과 쏜튼의 골밑 공격을 상당히 잘 제어했다. 공격리바운드와 골밑슛을 두 차례 터트리며 사기를 높이기도 했다. 이승현마저 외곽 공략을 하면서, 오리온의 스페이스 게임이 완벽하게 구현됐다.
또 하나. 오리온은 최근 의식적으로 업템포를 한다. 실점하고 아웃 오브 바운드로 공격을 시작해도, 공격을 빠르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돋보인 건 임종일이었다. 최근 공수에서 폭넓은 활약을 바탕으로 중용된다. 노련한 이현민과 한호빈의 조합도 좋았다. 사보비치가 적극적으로 트랜지션에 가담, 득점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블록에 성공한 뒤 곧바로 2득점을 만들었다. 추일승 감독은 박상오와 장재석을 최대한 활용, 미스매치에 대비했다.
그런데, 오리온이 막판 흔들리면서, 허훈의 연속 속공전개와 김영환의 마무리로 KT가 3점차로 추격했다. 이때 KT 허훈이 움직였다. 79-89로 뒤지던 4분4초전 돌파로 점수를 만들더니, 오리온의 실책에 두 차례 연속 김영환의 속공 득점을 이끌어냈다.
2분1초전에는 돌파를 하다 오펜스파울을 범한 뒤 강하게 억울해했다. 이게 승부욕으로 이어졌다. 경기력으로 승화했다. 48초전, 쏜튼의 크로스패스를 받아 동점 3점포를 만들더니, 32초전 기 막힌 돌파로 승부를 뒤엎었다. 오리온을 89점에 묶고 91-89로 뒤집었다. 이후 좌측 하프라인에서 트랩을 하며 이현민의 패스미스를 유발했다.
결승 3점포는 쏜튼이 터트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의 과정은 허훈이 이끌어냈다. 위기를 즐기는 승부사, 자신의 실수에 자책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팀을 승리로 이끄는 냉정함. 왜 허훈이 KBL을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형 가드인지 입증했다. KT의 94-91 승리. 반면 오리온은 다 잡은 승부를 턴오버 연발로 내줬다. 허무한 경기였다.
[허훈.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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