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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첫 부검은 에이즈 환자…이때 '천직' 찾았죠." (법의학자 유성호)
22일 오후 방송된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서울대 유성호 교수는 "의과대학에선 법의학을,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교양 과목도 강의하고 있다"라며 "부검을 시작한 건 약 20년 전부터다. 현재까지 2,000건 가까이했고, 지금도 매주 월요일마다 부검을 하고 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부검을 통해 사건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과거 9세 여아가 지방 한 수영장에서 빠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모두 익사라고 생각했고 안전요원의 부실 근무로 수사 방향을 잡았었다. 그때 마침 신임 검사님이 이 사건 부검을 해야 한다고 해서 부검을 했는데, 놀랍게도 청산가리 중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보험금을 노린 엄마의 범죄였던 거다. 그 엄마에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법의학이라는 건 법과 의학, 법률 적용에 필요한 의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연구하는 응용 학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곤충학을 연구한다"라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유성호 교수는 "곤충을 왜 연구하냐면,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파리다"라며 "그래서 법곤충학을 연구하면 부패한 시신의 정확한 사망 시각을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춘재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성호 교수는 "현재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다. 추가적인 기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검토한 자료 일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 8차 사건의 부검을 직접 봤다"라고 밝혔다.
그는 "2차 사건과 8차 사건 모두 '장갑'을 이용했다. 동일했다. 그런데, 억울하게 투옥됐다고 알려진 분은 '맨손'이었다고 진술이 되어 있더라. 장갑이 아닌 맨손, 그 당시 수사기관이 이걸 왜 인정했는지 궁금하다. 왜 누가 아무도 잡아내지 않았을까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유성호 교수는 "장갑을 끼지 않으면 (피해자한테) 그런 손상이 있을 수 없다"라며 두 사건의 연관성을 짚었다. 8차 사건의 범행 수법이 이전에 한번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반 고흐의 죽음 자살이다?'라는 의문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유성호 교수는 "반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 자해한 흑적도 있고 해서 자살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법의학자 빈센트 디 마이오의 주장에 따르면 반 고흐의 죽음이 타살일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총알이 들어간 부분이 왼쪽 옆구리 부분인데 오른손잡이의 행동치곤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어색한 동작을 했을까. 만약에 자살할 경우는 가까이에 대고 쏠 거 아니냐. 그래서 총알뿐 아니라 화상 흔적이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런 데 반 고흐의 시신엔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 총을 조금 띄어서 쐈다는 거다. 저도 디 마이오의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유성호 교수는 사전 의뢰받은 진행자 이동욱의 DNA 검사 결과를 전하기도. 그는 "아버지 쪽 유전자는 전형적인 한국계, 평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머니 쪽 유전자, 미토콘드리아 검사 결과에선 시베리아인 유전자가 나와 놀라움을 안겼다. 유성호 교수는 "반전이, 이동욱이 한국인 중에서도 1% 정도 매우 드물게 나오는 유전자가 나왔다. 시베리아인, 더 자세히 말하자면 북방계 코랴크·하카스인에게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동욱의 신체 나이에 대해 "32세가 나왔다. 술만 조금 줄이시면 될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이에 이동욱은 기뻐하며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냐"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유성호 교수는 젊은층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 그는 "2030 세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자살을 선택할 때 순간적인 선택은 없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 복합적인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거다. 우리가 예방할 수 있도록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이 높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거다. 자칫하면 젠더 이슈로 비칠질까 두렵지만, 확실한 건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기는 세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객관적 사실로 이해해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에도 안타까운 일이 많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성호 교수는 "의사로서 꼭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개인의 회복 탄력성으로도 극복할 수 없을 때, 그때는 꼭 전문가의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반드시 받으라는 것이다. 문제는 괜한 걸로 트집 잡는 사회적 낙인이다. 사람들의 시각이 치료를 받는 걸 자연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마음의 감기에 걸렸나 보다' 이 정도로만 봐주시면 (자살률이) 확 줄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당부했다.
유성호 교수 본인의 인생에 '결정적 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1999년에 레지던트를 할 때다. 첫 부검이 에이즈 환자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이동욱은 "부검하다가 감염의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고, 유성호 교수는 "사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사망 이후에는 감염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완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유성호 교수는 "기억에 많이 남는 게, 당시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된 제 친구와 함께 부검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친구가 부검을 하다가 갈비뼈에 손을 찔렸다. 굉장히 공포스러울 거 아니냐. 저는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부검도 저와 친구가 지원해서 한 것이었다. 법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정했을 때처럼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 싶었다. 그 마음으로 친구와 같이 했다. 물론, 에이즈 환자 부검도 그런 사고가 있었지만 끝까지 임했다. 다행히 친구는 한 달 뒤 검사 결과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라고 투철한 직업 정신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에이즈 부검을 자원한 것까진 좋았는데, 그 당시 저도 'CT·MRI까지 찍었는데 왜 부검을 하지?'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부검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CT나 MRI에서 나오지 않는 새로운 의학적 사실을 알아냈다는 거다. 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던 다른 분들도 배워가는 게 있더라. 그때 정말 놀랐다. 부검을 통해 새로운 의학의 발전, 이런 걸 이뤄낼 수 있겠구나 싶어 놀라웠다. 그래서 그때 '이 직업을 내가 평생 천직으로 삼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거다"라고 얘기했다.
또한 유성호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 명인데 1년에 30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 그중 2~3만 명 정도는 원인불명 사망자다. 은퇴하신 분 제외하면 현재 활동하는 법의학자는 40여 명 정도밖에 안 된다. 한계가 있다. 실제 부검은 6~7,000건 정도 이뤄지는 거다"라고 밝혔다.
이에 그는 "여기 나온 이유는 유명세를 위해서가 아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많이 고생하는 동료들을 위해서 법의학이 조금 더 알려지고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라고 전했다.
[사진 =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캡처]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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