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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클로젯' 주역 김남길이 '대상 배우'의 품격을 보여줬다.
김남길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월 5일 영화 '클로젯'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 이나(허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올해 첫 미스터리 공포물이자 '대세 배우' 하정우와 김남길의 첫 만남으로 영화팬들의 주목을 불러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드라마 '열혈사제'로 SBS '연기대상' 대상까지 8관왕을 달성한 김남길은 '클로젯'에서 경훈 역할을 맡아 그 열기를 이어갈 전망.
김남길이 소화한 경훈 캐릭터는 오랜 시간 실종된 아이들의 행방을 쫓는 인물이다. 벽장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상원에게 접근하고 그가 털어놓는 벽장의 진실은 이나의 실종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끈다.
김남길은 연기뿐 아니라 팔에 새겨진 타투의 모양, 오묘한 느낌을 풍기는 안경 등 캐릭터 외적인 부분과 와이어 연기와 같은 디테일한 상황적 설정까지 직접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높은 싱크로율로 역할을 완성했다.
이날 김남길은 '클로젯' 출연에 대해 "원래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봐서 그런 부분을 고민했었지만, 예전에 공포영화 만드는 분들이 찍을 땐 재밌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났다. 일반적으로 똑같다는 얘기를 하더라. 실제로 찍어보니 알고 찍으니까 무서운 건 없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부터 하정우 형과 얘기했던 게 오버해서 공포영화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과하게 놀라거나 무서운 표정을 짓거나 하는 걸 지양하자고 했다"라며 "형과 항상 그런 얘기를 한다. 작품을 어떻게 잘 만들지에 대한 고민 말이다. 결국 사람들이 이런 소재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잘 만드는 것, 그것밖에 없더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클로젯'을 단순히 장르적인 부분에 치우치지 말자고 뜻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장르적인 부분에 한 색깔을 갖고 가느냐, 아니면 사회고발적인 걸 추구하는 것이냐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엔 이런 걸 떠나서 사람에 대해 얘기하자는 의도였다. 미스터리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에 있다기보다 결국엔 사람에게서 찾았다"라고 공감도를 강조했다.
김남길은 "그래서 우리 영화는 억지로, 일부러 놀래키는 장치적인 요소를 사용하지 않으려 신경 썼다. 깜짝깜짝 놀라면서 찝찝하게 보는 기분을 최대한 갖게 하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퇴마사 경훈 역할에 대해 "안 해봤던 걸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는 공포나 미스터리, 오컬트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없었고 제가 보는 게 즐거워야 하는데 그런 장르를 못 보다 보니까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르적인 신선함 때문에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마침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님으로부터 연락이 온 거다. '클로젯'이 잘 되면 앞으로 이런 미스터리, 오컬트 장르에 투자가 많이 되지 않겠냐고 하더라"라고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김남길은 "귀신을 100% 믿는 건 아닌데, 가끔가다 오싹할 때가 있다"라며 "다른 건 모르겠는데 혼자 엘르베이터 탈 때 무서워서 계단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혼자 크게 노래를 부르면서 뛰어간다. 그런 걸 믿었기 때문에 공포영화를 잘 못 봤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클로젯'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클로젯'은 뭔가를 설명하려 하지 않아서 좋았다. 깔끔하다는 생각이었다. 배우로서 영화든 드라마든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지만 크게 걸리는 게 많지 않아서 되게 잘했다라고 칭찬해주고 싶은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절친한 형인 하정우와의 첫 연기 호흡에 대해선 "형은 현장이나 바깥에서나 말이 많다. 저는 정말로 세상에서 말 많은 게 제일 싫다. 조용한 게 좋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를 유발했다.
김남길은 "연기를 저렇게 대충 해도 되나 싶다"라고 짓궂게 말하면서도, 이내 "하지만 그 안에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했다. 대단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김남길은 지난해 기록적인 대상 행보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히도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대상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보다는 "제게 용기를 준 동료들 덕분에 상을 받았는데, 이들 앞에서 그 공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 자체로 기뻤다"라는 김남길이다. 그는 "상에 대한 의미가 좋다는 생각이 컸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열혈사제' 수상이 '선덕여왕' 때와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다"라며 "그때도 결과론에 좌지우지하지 않는 성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과거에도 많이 흔들렸다. 왜냐하면 어리기도 했고 작품을 고르는 선택 기준이나 폭도 많이 없었다. 이제는 많이 내려놓게 됐다"라고 성숙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김남길은 "저도 예전에는 집착을 많이 했다. 내가 하는 영화는 무조건 천만이 넘어야 하고, 드라마도 무조건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다. 또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남들은 120점짜리를 하는데, 나도 저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그런데 제가 120점짜리를 하더라도 120점에서 시작한 사람들은 200점으로 마무리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원인을 계속 바깥에서만 찾았다. 상을 받으려고 작품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과거 시상식에 노미네이트가 안 됐을 때 '저는 왜 안 됐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흥행이 잘 안돼서'라는 대답을 듣고 관객이 많이 든 작품을 했는데 그때도 저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엔 '어떡하라는 거야' 하는 심경이었다. 그저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었는데, 이렇게 탓을 돌렸었다"라고 속내를 터놓았다.
이어 "그렇게 성적에 욕심을 냈던 건 그래야 '다음'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과는 성공 기준이 달랐다. 이제는 성공에 대한 집착보다는 책임감으로 연결된다. 저와 함께한 동료들과 스태프, 내가 선택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꼭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던 나인데, 이제는 사라졌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내려놓게 된 것이지만, 정신 건강에 좋으려면 내가 뭘 내려놔야 하는지 깨달았다. 욕심을 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느끼다 보니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때는 자학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인 건 언제나 자신감은 충만하게 갖고 있었다. 스스로 부족한 걸 아니까.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자연스럽게 부딪히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내 안에서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내려놓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남길은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나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쪽팔리지 않게만 만들자'라는 다짐을 늘 지키려 노력한다. 스태프들이나 동료들과 모였을 때 늘 하는 말이다. 우리 서로 필모그래피에 대해 얘기할 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만한 걸 만들자고 말이다. 요즘은 어떤 게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숫자적인 것보다 '좋은 작품을 봤다' 이게 가장 최우선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대상을 받았다고 해도 달라진 건 크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이가 들고 주름이 늘고 있다 정도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도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많이 하고 싶다. 연기도 그렇고 모든 게 하면 할수록 늘기 때문"이라며 "그런 이유에서 많은 작품에 접근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정우성의 연출작 '보호자'에 출연한다"라며 "장르는 누아르물이다. 신선하기도 하고,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라서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귀띔했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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