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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모든 페이지를 다 펼쳐서, 감춰 놓았던 상자를 열어서…'
가수 핫펠트(HA:TFELT, 예은)가 2017년 발표한 '나란 책'이란 노래의 가사다. 23일 발매하는 첫 솔로 정규앨범 '1719'에도 실었다. 지난 세월 마음속 깊숙이 끌어안았고 있었던 비밀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핫펠트는 신보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기자들에게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란 부제가 달린 스토리북을 문서 파일로 미리 전달했다. 가족, 사랑, 이별 등 그동안 구체적으로 들려주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담아낸 에세이집으로, 목사 아버지의 외도와 성스캔들 등을 적나라하게 들췄다.
"두려웠지만 가까운 친구들이 전적으로 지지해줬어요. 그리고 두려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나왔을 때는 후련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첫 정규앨범 '1719'는 핫펠트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겪었던 일들을 담아낸 앨범이다. 자신의 불안한 감정이 계속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로 인해 잠겨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스토리북은 각 챕터와 앨범 트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타인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다 커다란 비밀을 알게 된 기분이다. 자신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핫펠트는 더는 고이지 않고 흐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가족들에겐 스토리북을 끝까지 작업하고 나서 PDF파일로 보내줬어요. 혹시나 가족들이 반대하면 아예 엎을 생각이었죠.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저를 지지해줬고, 엄마는 '네가 겪은 걸 이렇게 표현하는 걸 보니 진짜 아티스트란 생각이 든다'고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하라'고 말해주셨어요. 가족들의 지지를 받고 나온 책이에요."
총 14곡이 실린 정규앨범 '1719'는 'Satellite(새틀라이트)(Feat.ASH ISLAND)'와 'Sweet Sensation(스윗 센세이션)(Feat.SOLE)'을 더블 타이틀로 내세웠다. 'Satellite'는 핫펠트가 영화 '그래비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으로 "단지 넌 스스로 빛날 뿐야 넌 너만의 길을 가"란 메시지를 전하며, 'Sweet Sensation'은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를 구현했다. 핫펠트가 모처럼 공개하는 밝고 달콤한 곡이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아메바컬쳐로, 원더걸스 생활을 마무리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졌고요. 핫펠트로서의 색깔이 진해진 시기죠. 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앨범 속 우울한 고백과 달리 핫펠트는 준비과정이 힘들면서도 즐거웠다고 말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음악을 하고 있다는 최고의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을 털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실렸다.
소속사 수장인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와 개코는 이번 앨범 그리고 스토리북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개코 오빠는 'Sweet Sensation'을, 최자 오빠는 'Satellite'를 좋아해주셨어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는데, 제가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핫펠트는 스토리북으로 인해 자신의 음악 생활이 위축될 것을 경계하고, 자신처럼 나만의 동굴에 갇힌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
"욕을 먹지 않을까, 싫어하지 않을까, 자신감을 읽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고 사는 것보다, 나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하고 싶었어요. 제가 특별히 더 아프고 힘들다는 것도 아니고, 제 삶이 불쌍하다는 것도 아니에요. 같은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제 음악과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음악적으로 당당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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