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쪽 짜리 선수가 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일관된 철학을 강조했다. 마무리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선수단에 이식했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포수 지성준(26)을 개막엔트리에서 빼면서 그의 야구철학이 확고하게 드러났다.
완성형 선수를 만들면서, 개개인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것을 팀으로 조화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허 감독은 5일 KT 위즈와의 원정개막전을 앞두고 "지성준이 반쪽 짜리 선수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역시 개막엔트리에서 탈락한)강로한, 김민수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성준은 롯데 안방의 미래다. 그러나 당장 1군에서 뛰기에는 수비력이 불안하다. 롯데는 강민호의 퇴단 이후 항상 포수의 허약한 수비력이 고민이었다. 허 감독은 "1군은 전쟁터"라면서 지성준을 과감하게 개막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지성준은 2군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선다. 수비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아야 1군에 올라와서 정보근, 김준태와 경쟁한다. 타격만 놓고 보면 지성준이 김준태, 정보근보다 우위다. 그러나 허 감독에게 1군 포수는 타격보다 수비다.
허 감독의 야구 철학은 현역시절부터 형성됐다. 그리고 오랜 기간 코치를 하면서 진화했다. 아무래도 키움 장정석 전 감독과 김치현 단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장 전 감독님과 김 단장님에게 많이 배웠다"라고 했다.
허 감독은 199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했다. 2001~2002년 롯데를 거쳐 2003년 LG에서 은퇴했다. 10시즌간 1군 523경기에 출전했다. 연간 50경기 정도였다. 그는 "내가 현역 시절에 그랬다(반쪽 짜리). 유망주 시절에 방망이만 좋아서 대타로만 나갔다. 그러다 한동안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2군에 내려갔다. 그러다 (선수생활이) 끝났다"라고 돌아봤다.
한 가지를 특출 나게 잘하면 1군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공수주를 모두 갖추면 1군에서 오랫동안 주전으로 뛸 수 있다. 허 감독은 롯데가 완성형 선수를 많이 만들어야 선수도 살고 팀도 산다고 믿는다.
허 감독은 "지성준이 나처럼 되면 안 된다. 직접 면담을 통해 물어봤다. 뭐가 강하고 약한지. 대답을 못하길래 방망이는 좋은데 수비력은 부족하다고 했다. 2군에서 꾸준히 출전하라고 했다. 단장님에게도 직접 설명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중에 롯데에서 없어질 수도 있지만, 롯데는 10년~20년 이상 야구를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허 감독이 지성준을 개막엔트리에서 제외한 배경에 묵직한 메시지, 확고한 철학이 담겼다. 롯데의 체질개선과 미래, 지성준의 야구인생을 위한 결단이다.
[지성준(위), 행크 콩거 배터리 코치와 대화하는 지성준(아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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