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이후광 기자] "야구로 보답하겠다."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야구선수의 가장 식상한 약속이지만 키움 이택근은 이를 지키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묵묵히 땀방울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개막전부터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며 팀의 11-2 대승을 이끌었다.
이택근은 지난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개막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2회 2루타를 치고 나가 이지영의 적시타 때 선취 득점을 올렸고, 3회 2사 2루서 초구에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상대 에이스 양현종의 초반 난조를 유도했다.
경기 후 만난 이택근은 “그 동안 개막전을 많이 했지만 이번 개막전은 조금 다른 의미였다. 첫 경기부터 팀에 기여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어느덧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올해 나이 딱 40이다.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과거 팀 후배였던 문우람을 방망이로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최근 KBO의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소화했다. 이후 재정비와 자숙으로 2019시즌을 보냈다.
이택근은 “쉬는 동안 타석에서 단순해지려고 노력했다. 나이가 있어서 힘들어졌다거나 노쇠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 정말 열심히 했다”고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개막전 첫 타석 초구에 안타를 치고 싶었지만 이는 이루지 못했다. 그는 “복귀전 첫 타석 초구에 안타 치는 모습을 줄곧 상상해왔다. 오늘(5일)은 양현종이 첫 타석 초구에 어려운 공을 던져 못 쳤는데 그래도 첫 타석부터 안타가 나와 후련했다”고 밝혔다.
이택근의 올 시즌 키워드는 절실함이다.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지난 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기에 그만큼 야구가 절실했다.
이택근은 “기술보다 멘탈이 큰 역할을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며 “이젠 망설이지 않으려 한다. 내 레이더에 걸린 공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관중 경기로 팬들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기도 했다. 이택근은 “많이 어색했다”며 “결과가 난 뒤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빠진 느낌이었다. 그게 팬들의 환호성인 것 같다. 팬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상하지만 이택근은 야구를 통해 팬들의 마음을 다시 얻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당시 상황을 말할 수도 없다”며 “오직 야구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겠다. 절실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택근.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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