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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반가운 괴물 신예의 등장이다. 수백 명의 경쟁자를 뚫고 당당히 '인간수업'의 주인공으로 나선 배우 박주현(27)은 기대에 부풀었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과감함으로 필모그래피 출발선에 깃발을 내리꽂았다.
박주현은 8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감독 김진민 각본 진한새) 공개와 관련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 드라마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다.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드라마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 아들인 진한새 작가가 집필했다.
해외 드라마 부럽지 않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연출, 박진감 넘치는 전개, 세련된 화법 등이 작품을 웰메이드 반열에 올려놨다. 그 결과,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 톱10 콘텐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10대들의 성매매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룬 점이 눈에 띈다. 드라마가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대중의 호불호가 갈리고는 있으나 한국 드라마에선 금기시 되는 청소년 성범죄 문제에 도전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젊은 배우들의 맹활약도 돋보인다. 배우 김동희, 정다빈, 남윤수 등이 주로 극을 이끄는데 신예 박주현의 매력 있는 마스크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이 시선을 강탈한다. 박주현은 돈 많은 부모, 명석한 머리, 친구들의 선망, 선생님들의 총애까지 모든 걸 갖춘 '인싸'이지만 부모에 의해 강요된 '완벽함'에 반발하여 지수(김동희)의 '사업'에 손을 대려하는 규리로 분했다.
주변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 기분 좋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박주현은 "굉장히 많은 고민과 공부를 통해서 만든 작품이라 뿌듯하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연기한 건 맞지만 이렇게 주목을 받을 수 있던 건 감독님과 작가님, 좋은 캐릭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다. 주변의 반응 중 굉장히 인상 깊은 게 있다. 제 지인들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하더라. 감사했다. 민감한 소재이지 않나. 저는 범죄자를 연기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인물에 대한 이해를 하기 이전에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회 문제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신문, 기사, 책이나 실제 사례를 영화화한 작품도 많이 봤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의 반', '드라마 스테이지-아내의 침대'를 제외하고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은 박주현이지만 3개월 간 진행된 오디션 끝에 도전한 '인간수업'에서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모두 내비쳤다. 거침없지만 또 섬세한 연기 톤 조절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규리의 위험한 민낯을 아슬아슬하게 그려내면서 '인간수업'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와 관련해 박주현은 "규리라는 인물은 감독님도 네 캐릭터 중 가장 어려워하셨다.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운 캐릭터다. 너무 숨기는 게 많고, 글로만 읽었을 때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할 지가 굉장히 관건이었다. 이것도 감독님, 작가님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중심을 잡아갔다. 아직 어린 청소년이니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들도 표현을 해줘야 하고, 머리가 좋은 것도 그려내야 했다. 같은 표정, 같은 말투를 어떻게 다양하고 섬세하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는 캐릭터라는 걸 느꼈다. 사실 저도 처음에 봤을 땐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이 '얘가 왜 이래?'가 아니라 '이 아이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라는 것이었다. 연기적으로 더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규리는 제 삶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게 한 캐릭터에요. 고등학생 2학년 캐릭터이지만,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어요. 또 사회에 큰 관심을 갖게 만들었죠. 제가 규리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애착이 가요."
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다 보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솔직히 털어놓던 박주현. 그는 "어려웠지만 심플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성인의 입장으로서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만 놓고 본다면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어쨌든 규리는 범죄를 명백하게 저지르고,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저는 그 친구와 교류를 하고 공감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학창시절에 꿈꿔봤던 반항기, 일탈 욕심 등 제 경험에서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범죄 관련 부분들에 대한 지식은 기사로 찾았어요. 또 정신과 치료를 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상담을 해주세요. 그 분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이들의 심리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죠. 제 학창시절 때도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범죄는 많았어요. 실제로 겪은 친구들을 본 적도 있고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생소하게 다가오지 않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다만 성범죄 같은 경우는 들어만 봤던, 실제로 보지 못했던 일이라 공부가 많이 필요했어요."
실제로 박주현은 성범죄 사건을 탐색하기 위해 기사, 책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깊은 고민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은데 묻힌 가해자들이 많더라. 혹은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불편하겠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지 않을까 싶다. 'n번방 사건' 또한 경악했다. 충격을 크게 받았다. 제가 비록 규리를 연기했다 하더라도 사건의 가해자들은 합당한 벌을 엄격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범죄는 저지른 학생의 책임이에요. 다만 그 책임을 지기엔 한없이 작은 존재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만약 규리와 같은 친구들을 보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부터 시작할 거예요. 어른들이 '하지 마'라고 개입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아이들의 마음에 스크래치가 나고 흉이 되는 과정을 보는 데 집중할 것 같아요."
다만 극중 청소년들이 성매매 포주로 등장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소 자극적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논란도 이해가 간다. 저희가 다루는 소재가 불편한 건 인정하나 언제까지 이를 회피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컸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불편해하시는 것 같다. 어쩌면 아이들은 알고 있고,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청소년은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기엔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먼저 다가가주면 좋을 것 같다. 사회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수와 규리의 몰락을 예감케 하지만, 명확히 단죄가 이뤄지지 않는 결말에 대한 박주현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결말은 좋다고 본다. 제가 규리를 연기하긴 했지만 시청자 입장으로 다시 보면, 그들이 행복하기엔 이미 많은 선을 넘었다.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면서 가슴이 아픈 부분도 있었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그렇다. 그래서 그 결말이 오히려 제게 주는 게 많았다. 이 작품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가장 큰 부분이 결말이다. 미화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좋았다. 추후 시즌2가 나온다면, '이들에게 과연 개과천선이 있을까'가 관전 포인트 같다. 저는 쉽지 않다고 본다. 이미 그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강을 건넜다.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행복과 점점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담담히 말했다.
'인간수업'은 여성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있어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많다. 주인공의 범죄를 저지하고, 선의를 외치는 여성 캐릭터가 주를 이뤘던 이전과 달리 규리는 오히려 남자 주인공보다 더 큰 행동력으로 사건을 밀어붙이다.
이에 박주현은 "많은 작품에서 여성이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났을 때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가 다루는 소재 중심에 선 인물도 여성이다. 제작사 대표님도 여성 분이시고, 촬영 감독님도 일부 여성 분들이다. 어른이시지만 같은 여자로 대화를 많이 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인간수업'은 제가 주연으로서 인사를 드리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제목처럼 제게 많은 도움이 된 작품이에요. 베테랑인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연기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른으로서 많은 성장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현재 제게 최고의 작품이에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더라도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드는 배우,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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