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KBO 리그는 아직 팀당 10경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상위권과 하위권이 나뉠 조짐이 보인다. 어떤 팀들은 흐름을 타고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어떤 팀들은 한번 빠진 연패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한다.
LG도 하마터면 연패가 장기회될 뻔했다. 사실 LG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외국인 원투펀치인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한국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LG는 이들이 빠진 두산과의 개막 3연전에서 1승 2패로 밀렸다.
LG는 윌슨과 켈리를 NC와의 주말 3연전에 투입해 반전을 모색하려 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윌슨과 켈리 모두 투구수 100개 이상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라고 기대했지만 투구 내용은 작년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 윌슨은 4⅓이닝 7피안타 7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보였고 결국 LG는 5-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어느덧 3연패에 몰린 LG는 켈리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켈리는 경기 시작부터 NC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맞더니 결국 2이닝 8피안타 6실점(5자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4연패에 빠질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 1회부터 0-6으로 끌려간 LG는 이 경기마저 내준다면 하위권으로 처져 힘겨운 초반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반전이 일어났다. 로베르토 라모스와 유강남의 홈런 등으로 3-6까지 따라간 LG는 강진성에 홈런을 맞아 3-7 리드를 허용했으나 '약속의 8회'를 현실로 만들며 대거 7득점에 성공, 10-7로 단박에 대역전을 해낸 것이다. 라모스의 홈런을 시작으로 유강남의 2타점 2루타가 터졌고 이천웅의 희생플라이와 김현수의 역전타, 그리고 채은성의 쐐기포까지 LG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황홀한 시간은 없었다.
LG 타선이 그만큼 강력해졌다는 증거였다. 이따금씩 터지는 '메가 트윈스포'라는 별칭이 있지만 이 경기에서는 홈런 4방을 필두로 활화산 같은 장타력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강한 2번' 김현수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3번타자 채은성은 병살타를 만회하는 홈런을 날렸으며 4번타자 라모스는 홈런 2방으로 만화 같은 역전극의 선봉에 섰다.
'일요일의 대역전극'은 LG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만약 연패가 길어진 상태에서 SK를 만났다면 LG가 어떤 경기력을 보였을지는 알 수 없다. 물론 SK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센터라인의 약화 등으로 스스로 무너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LG 또한 한층 강력해진 타선의 힘과 대역전극으로 회복된 분위기 속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느덧 5할 승률을 돌파한 LG는 3연승으로 공동 4위에 안착한 상태다.
LG가 만약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낸다면 2020년 5월 10일 창원NC파크에서 치러진 NC와의 명승부는 훗날 회자될 수 있는 경기라 할 수 있다. 시즌 개막부터 지난 해 상위권을 형성한 두산-NC-SK-키움을 차례로 만나 숱한 고비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된 만큼 LG는 어느 때보다 초반 레이스 결과가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슬기롭게 고비를 극복하고 있다.
[LG가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SK의 경기에서 14-2로 승리한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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