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한 경기를 지배하는 투수 아닌가."
KIA 에이스 양현종의 컨디션은 확실히 좋지 않았다. 28일 수원 KT전서 5이닝 11피안타 2탈삼진 2볼넷 6실점. 포심과 체인지업 모두 KT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4회에는 유격수 박찬호의 실책성 야수선택까지 겹치며 빅이닝을 허용했다.
그런 양현종의 모습을 만19세의 '특급신인'이 유심히 살펴봤다. KT 소형준. 유신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KT 선발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했다. 투심과 포심의 조화가 돋보이는 미래의 KT 에이스. 구종의 품질과 구위가 신인답지 않은 투수. 한국야구를 이끌 우완투수라는 평가다.
현 시점에서 양현종이 쌓아온 경험은 소형준이 절대 가질 수 없는 무기다. 모든 지도자가 인정한다. 양현종이 한 경기 부진했다고 해서 네임밸류가 하락하는 건 절대 아니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최소실점으로 버틸 줄 알고, 한 경기에 부진해도 다음경기에 더욱 집중, 수치를 회복하는 강인한 멘탈과 응집력을 가졌다. 한 마디로 최상위급 애버리지를 가진 투수다.
양현종은 저연차 시절 구위는 좋은데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였다. 그러다 경험을 쌓으면서 투구밸런스를 잡았고, 경험이 쌓이면서 특유의 템포 및 완급조절과 위기관리능력에 눈을 떴다. 140km대 후반의 포심과 체인지업의 절묘한 앙상블, 날카로운 커맨드로 한국 최고투수로 우뚝 섰다.
KT 이강철 감독은 "현종이 신인 시절에는 나도 선수였다. 구위는 좋은데 밸런스는 들쭉날쭉했다. 경험을 쌓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형준이도 잘하고 있다. 현종이의 경기운영능력을 배우면 좋겠다. 나중에 더 잘해서 이름에 느낌을 잘 쌓길(이름값 있는 투수) 바란다"라고 했다.
올 시즌 양현종과 처음으로 함께하는 KIA 맷 윌리엄스 감독도 거들었다. "양현종은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하다. 본인의 성공보다 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게 느껴진다. 주장으로서 리더십이 상당히 좋다. 진정한 캡틴"이라고 했다.
소형준은 그런 양현종을 보고 무슨 느낌이 들었을까. "한 경기를 지배하는 투수다. 어렸을 때부터 본 선배다. 같은 날, 한 장소에서 본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마운드에서의 경기운영, 완급조절 등을 배우고 싶다. 내가 던지지 않을 때 덕아웃에서 선배님이 던지는 모습을 자세히 봤다"라고 했다.
사실 소형준도 두 경기 연속 좋지 않았다. 24일 수원 한화전서도 위기를 넘지 못하고 대량 실점했다. 27일 경기 역시 주무기 투심의 실투가 잦았다. 5이닝 9피안타(2피홈런) 2탈삼진 5실점. 그는 "지난 경기에도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대량 실점했는데, 이번에도 내용이 좋지 않았다. 타자 형들이 잘 쳐줘서 이겼다. 다음 경기에는 내가 더 잘 던져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했다.
마인드컨트롤은 합격이다. 이 감독은 "얼굴에 부담감 있는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27일 경기 역시 그랬다.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위기서 평정심을 잃으며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사실 1회 비디오판독에 의한 세이프도 석연치 않았고, 3회에는 실책성 수비도 있었다. 그러나 소형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과 KT는 소형준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게 하면서, 철저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장기레이스를 소화하는 요령과 노하우, 각종 부작용을 극복하는 방법까지 익혀야 할 소형준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양현종과의 맞대결 판정승은 소형준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양현종의 신인시절처럼, 소형준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소형준(위), 양현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