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아홉수 따위도 없다. 벌써 홈런 10개를 채웠다. 역대 LG 소속 타자로는 가장 빠르게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LG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는 올해 21경기 만에 홈런 10개를 채웠다. 타율 .373 10홈런 21타점으로 어마어마한 타격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라모스가 없었다면 LG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면서 15승 6패로 단독 2위를 고수할지는 의문이다.
LG는 어떻게 괴물타자를 손에 넣은 것일까. 사실 라모스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지난 겨울로 시계를 돌리면 류중일 감독은 오른손 거포를 원하고 있었다. 박용택, 김현수, 이천웅, 오지환 등 타선의 주축에 좌타자들이 많아 우타 거포만 손에 쥐면 타선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차명석 단장도 류 감독의 의중을 듣고 오른손 거포를 1순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LG는 현역 메이저리거인 랑헬 라벨로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류 감독이 원한 우타 거포 자원으로 지난 해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치는 등 홈런 2개를 기록했으며 트리플A에서도 타율 .299에 홈런 12개를 친 쏠쏠한 타자였다.
문제는 소속팀인 세인트루이스의 입장이 변한 것이었다. 세인트루이스는 탬파베이와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우타 자원인 호세 마르티네스를 내줬는데 마르티네스의 공백을 메울 우타 자원 확보가 절실해지면서 라벨로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차 단장은 "당시 트레이드로 인해 라벨로를 데려올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결국 LG는 노선을 바꿔야 했다. 차 단장은 류 감독에게 "왼손타자이지만 오른손과 왼손투수를 가리지 않는 타자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고 류 감독도 이를 받아들였다.
LG의 최종 선택은 라모스였다. 라모스는 LG와 총액 50만 달러에 사인했다. 만일 라벨로급의 선수를 데려왔다면 계약 상한선(100만 달러)을 모두 채웠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요즘 웬만하면 메이저리그 경력을 갖춘 선수들이 한국 무대로 건너오는데 라모스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전무했다. 지난 해 트리플A에서 홈런 30개를 쳤지만 라모스가 뛰었던 리그가 '타고투저'라는 평가를 받아 과연 라모스가 낯선 환경에서 순조롭게 적응할지 물음표가 있었다.
하지만 라모스는 '편견'을 뛰어넘었다. 향후 메이저리그 입성이라는 동기부여가 있고 선후배 문화가 있는 한국 문화에 완벽하게 적응, 금세 팀에 녹아들었다. 지난 해부터 LG에서 뛰고 있는 케이시 켈리는 "라모스는 한국 문화를 잘 아는 것 같다. 베테랑 선수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라모스의 적응력을 높이 샀다.
만약 세인트루이스와 탬파베이의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그래서 라모스가 LG에 오지 않았다면? LG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라모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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