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희망 발원의 땅
벌써 2020년도 반 가까이 과거가 되었고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면서 오늘을 산다. 2020년 경자년은 새해 벽두부터 축제 전문가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다. 겨울 축제가 한창일 1월에는 이상 고온과 폭우로, 그리고 2월은 코로나 19로 축제가 설 자리를 빼앗고 말았다. 겨울 축제가 무산되거나 축소될 것이란 예상은 지난해 12월부터 감지되었다. 눈도 오지 않고 날씨는 지나치게 따듯했다. 필자는 지역 축제를 오래 하다 보니 기상상황에 민감하다. 기후에 대한 촉은 스치는 바람 끝에서도 느껴진다. 2020년 축제 전반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은 여기저기서 훅훅 치고 들어 왔다.
더구나 올 1월은 지역 축제 총감독 김종원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해 마음이 급하고 애가 탔다. 문득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쓰신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 읽었던가? “수처작주(隨處作主), 가는 곳마다 주인공”이라는 글귀가 뇌리를 스쳤다. 아름다운 절집 미황사가 둥지를 튼 달마산에서 해지고 해 뜨는 풍경을 보고 나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라남도 해남은 서울에서 참 멀다. 땅끝마을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가는 길에서 증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땅끝마을 일몰과 일출을 보기 위해 해남을 찾는다. 해남 달마산은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달마산 자락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은 차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조선 시대 방랑시인 매월당 김시습은 달마산을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라 했다. 희망. 복(福), 정(情), 신명 등등, 험한 세상살이에 명치끝이 쑤실 때 땅끝마을 해남에서 희망을 발원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축제를 진행하는 이유는 고단한 삶을 잠시 내려놓고 내일을 위한 꿈을 다지기 위함이다.해남은 희망 발원이 가능한 복을 품은 땅이다.
전국 최초 농민수당 지급
전남 해남군 ‘명현관’ 군수는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급했다. 농민수당 심의 위원회를 열어 지급대상자를 선정해 2019년 6월26일부터 지급하기 시작 큰 호평을 얻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농민수당 지급에 앞서 군민(郡民)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바람직한 의견을 듣는 소통의 자리를 공청회로 진행하여,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과 실행방안이 논의되었다. 명현관 군수가 결단을 내린 농민수당 지급의 핵심은 농민의 기본소득 보장과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등이었다.
지난해 6월 지급된 해남군 농민수당 30만 원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창출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30만 원은 지역 내 경제 활성화 선순환을 가져왔고 농민의 사기도 진작시켜 해남군 농민의 자긍심을 한껏 부여했다. 당시 명현관 군수는 “농민수당 도입을 위해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군민 공감대를 모으고, 군의회의 조례 제정,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협의 등 지난 1년여간 노력 끝에 농민수당을 지급하게 되었다”면서“농민수당이 농업농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업농촌 패러다임 변화 절실
지금 대한민국 농촌 현실을 보면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역 특산물 판매 효자였던 축제는 사라졌고, 판로 또한 여의치가 않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이런 시기에 해남군에서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했고, 명현관 군수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 것, 우리는 이런 해남군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눈여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옛날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강조했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화 시대, 디지털 시대, AI 시대로 변화되면서 젊은 세대와 청소년들 인식 속에 농사는 아예 지워진 산업이다. 소외되다 못해 기피 대상이 되어버린 농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첫걸음이 해남군의 농민수당이라고 본다.
농촌이 사라지면 도시 또한 곪는다. 도시와 농촌이 선순환해야만 국가가 건강해진다. 대한민국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농촌 구석구석까지 새로운 에너지가 파고들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축제는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 농촌이 기운을 잃지 않도록 보약을 선물해야 하는 때인데, 해남군을 본보기도 삼아도 좋을 것 같다.
해남이 배출한 황지우 시인은 대한민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시집으로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황지우 시인은 지금 해남에서 인문학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황지우 시인은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은 아무리 하기 힘든 작은 소리라 할지라도 화산암 속에서든 얼음 속에서든 하얀 김처럼 남아 있으리라”고 노래했다. 해남 명현관 군수의 농촌농어민 사랑은 어디에서건 좋은 기폭제가 되리라고 필자는 믿는다.
경제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총력 대응
해남군이 전라남도 최초로 지난 4월 '해남형 소상공인 등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내 소상공인과 업체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업체당 지급되는 금액은 100만원, 100%를 군 예산으로 충당했다. 지급대상은 관내 소상공인과 기업체 5600여 개소. 지원금은 지역 내 소비를 권장하는 한편 임대료 등 급박한 용도에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해남 사랑 상품권 50%와 현금 50%를 혼합해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남군 명현관 군수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는 '해남형 소상공인 등 지원 패키지' 제공했다. 자금대출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특례보증을 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 및 이자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소상공인은 3000만원 한도에서 최저 0.4% 금리로 긴급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고, 또 택시업체 종사자를 위한 긴급지원 사업으로 1인당 50만원을 일시 지원하며 소상공인 포함 전 군민에게 4~5월 상.하수도 요금을 50% 감면한다. 학습지 방문강사, 관광서비스 종사원 등 특수형태종사 근로자 및 프리랜서가 무급휴직 또는 일을 못하는 경우 지역 고용대응 특별 지원사업을 통해 월 최대 50만원까지 2개월간 지원되는데 선제적 대응이라서 더 반갑다.
지난 2월 13일부터 지역경제 종합대책 상황실을 운영해온 해남군은 지역경제 상황을 모니터링 해 5개분야 20개사업에 걸쳐 343억 3,500만원 규모의 경제활성화 지원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전쟁과 경제 전쟁을 함께 겪는 급박한 상황이다. 급체를 했을 때 빨리 조치를 해야 사람이 살 수 있는 것처럼 정부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위급할 때 그 즉시 약을 써야 하고, 명의를 불러서 긴급처치를 하듯이 해남군이 선제적으로 코로나 전쟁과 경제 전쟁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해남 끝자락 이진성지
전남 해남군에는 이순신 장군을 기린 <우수영 문화마을>도 있지만 이진마을의 <이진성지>도 있다. 이진성지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120호로 둘레 약 2.5㎞인데 지금 남은 성벽의 길이는 약 940m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진성지에는 이순신 장군의 자취가 서려 있다. 명량으로 향하던 이순신 장군이 토사곽란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자 이곳 이진마을에 머물며 병을 치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을에는 지금도 그 당시에 마시던 샘물인 장군샘과 수군만호비가 있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이진성지를 떠올려 보면서 위기 상황 때 리더의 덕목을 떠올려 봤다. 이순신 장군의 진중(陣中) 생활을 기록한 글을 보면 “장군은 매일 밤 허리끈을 풀지 않고 잠을 잤다. 겨우 서너시간 잔 후에 일어나 사람을 불러 세워 일으켜 의논하기를 날이 새기까지 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과 싸우면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첫 번째 싸움인 옥포 해전에서 26척의 적함(敵艦)을, 그리고 한산대첩에서는 59척의 적함을 격파하거나 나포했지만 자신의 배는 한척도 잃지 않았다.
대한민국 땅끝마을 해남군에 가면 코로나 전쟁과 경제 전쟁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도를 만나볼 수 있다. 그러면 서 있는 그 자리가 축제 현장이 될 수 있다. 희망을 발원하고 희망을 확신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여 김종원의 축제 이야기 다음 편에도 땅끝마을 해남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어렵고 급할 수도록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어렵고 급할수록 기본 원칙과 가치를 지켜야한다는 사실을 해남에서 만나볼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外 다수 역임
국민안내양TV 유튜브 채널제작
팔도축제TV 유튜브 채널제작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現)파주시 축제자문위원회 위원장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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