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윤욱재 기자] "뭐가 아쉬워? 괜찮아"
대기록을 놓친 선수에게 남긴 위로의 한마디였을까. 아니다. 대기록을 놓친 당사자가 한 말이었다.
LG 선수로는 1993년 김태원 이후 27년 만에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할 뻔했다. 정찬헌은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K와의 시즌 8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9이닝 3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3-0 승리를 이끈 완봉승 투수가 됐다.
정찬헌은 9회말 1아웃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치고 있었다. 2회말 고종욱과 김강민에게 2연속 볼넷을 내준 그는 이후 9회말 1아웃까지 21타자 연속 범타 처리로 퍼펙트게임급 호투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결국 김경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정찬헌은 KBO 리그 역대 15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정작 대기록이 눈앞에서 사라진 당사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배터리 호흡을 맞추던 유강남이 더 아쉬워 했다. 정찬헌은 "나는 내색하지 않았는데 (유)강남이가 아쉽다고 웃더라"고 말했다. 유강남이 "아쉽다"고 하자 정찬헌은 되려 "뭐가 아쉬워? 괜찮아"라고 거꾸로 위로(?)했다.
정찬헌은 이후 안타 2개를 더 맞고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115구 역투 끝에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따내며 팀의 7연패 사슬을 끊었다.
기록이 깨지자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투수교체를 하려는 것이었을까. 아니었다. 최 코치는 정찬헌에게 "아직 힘 남았지?"라면서 "끝까지 맡기겠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정찬헌이 다시 힘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날 정찬헌은 최고 구속이 142km로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투심 패스트볼,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 여러 종류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낮게 깔리는 제구력까지 동반됐다. "공이 전체적으로 낮게 들어갔다. 구속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공이 치고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는 게 정찬헌의 말이다.
정찬헌의 완봉 역투로 LG는 7연패에서 탈출하고 다시 비상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정찬헌은 "팀이 힘든 상황이었다. 모든 팀이 이런 과정을 겪는다. 아직 98경기가 남았다. 또 잘 하면 된다"라고 끝까지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완봉승 기념구를 들고 기념촬영을 한 정찬헌.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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