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단순하지만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배우 강동원(40)이다.
강동원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개봉을 앞두고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100만 관객 동원작 '부산행'(2016) 속편의 성격으로 돌아온 '반도'는 '부산행' 좀비 창궐 4년 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 작품은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국내 개봉 전부터 185개국에 선판매되며 'K-좀비' 신드롬의 재시작을 알렸다. 국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구원투수다.
이날 강동원은 "사실 이렇게 큰 영화는 코로나19 이후로 거의 처음으로 개봉한다. 저도 궁금하다. 월드와이드로 개봉하는 첫 영화가 됐다. '테넷'이 될 줄 알았는데 저희가 그렇게 됐다.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지켜야할 건 지켜야 하지 않겠나. 어쩔 수 없다"며 "칸에서 '반도'를 굉장히 좋게 봤다고 들었다.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칸 자체가 열리지 않아서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 분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배우로서 칸 초청을 받는다는 건 영광스러운 자리다. 가고 싶었지만…. 아쉽다. 많이 아쉽다"라고 솔직히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연상호 감독의 열렬한 노크로 '반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강동원은 "처음에는 '부산행' 속편이라고 해서 배우로서 크게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았다. 다행히 '부산행' 자체가 신선했던 작품이라 그 부분은 궁금했다. 만약 '부산행'과 비슷한 스타일이면 호기심이 떨어졌을 거다"라며 "연상호 감독이란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했고 만나 보니 가치관이 비슷한 부분들이 있었다. 비주얼적 요소도 확고했다. '부산행'과 차별화된 괜찮은 속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속편은 더 나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부산행'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을 어떻게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지가 큰 부담이었는데 감독님과 여러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 밝혔다.
강동원은 다시 돌아온 처절한 생존자 정석으로 분해 또 다른 얼굴을 펼쳐냈다. 전직 군인 정석은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왔지만 반도로 돌아와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인물이다. 소화해야 할 미션도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해야 했고, 좀비 및 인간 역의 배우들과 치열한 액션씬도 벌여야 했다. 특히 종잡을 수 없는 좀비들의 독특한 움직임에도 절묘하게 합을 맞추며 인상적인 액션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연막탄, 총기를 활용한 액션도 장관이다.
"사실 좀비 배우 분들과 액션을 하는 건 상상해보지 않았어요. 그냥 물리쳐야 할 대상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들어갔더니 좀비는 방어를 못하니까 제가 다 챙겨야 했어요. 다치지 않게 해야 했고, 그래서 합 맞추기가 더 힘들었어요. 그리고 침이 막 튀겨요. 그 분들이 할 수 있는 건 '와악' 뿐이잖아요. 침을 삼키는 순간 또 좀비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자꾸 침이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피할 수도 없었죠. 서로 아주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웃음)"
강동원은 "카체이싱 액션에서 저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민정(이정현) 캐릭터 보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시나리오에는 합이 안 들어가있다. 그냥 '탈출한다' 정도다. 정석은 옆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술팀에서 짜고 있을 거다'라고 했다"라며 "카체이싱 장면은 민정(이정현) 가족이 돋보이는 액션"이라고 강조했다.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싶은 신뢰도 드러냈다. 강동원은 "감독님의 현장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이 감춰뒀던 히스테릭한 부분과 분노를 드러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한 번도 없었다. 굉장히 놀라웠다. 좋은 사람이더라. 되게 편안한 사이다. 아주 가깝다고 할 수는 없으나 편하다"며 "촬영 중간에 한번 정말 일찍 촬영이 끝난 때가 있다. 스태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님한테 '우리 앞으로 계속 같이 영화 찍자.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전우치', '의형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군도:민란의 시대', '초능력자',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두근두근 내 인생', '가려진 시간', '마스터', '1987', '골든슬럼버', '인랑' 등 매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캐릭터 영역을 확장한 강동원.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에 따랐을 뿐이란다. 대중에게 칭송받는 외모(비주얼)에 의연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저는 제 비주얼 이야기 나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그냥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선 되게 단순하게 생각한다"며 "외모적인 건 진짜 전혀 신경을 안 쓴다. 다른 배우들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저는 할 수 있을 거고, 다른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걸 제가 못할 거다. 배우들마다 다 쓰임이 있다. 자기 쓰임을 확장해나가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뭔가 고민이 있거나 모자란 지점 등을 생각할 때 최대한 확장부터 시켜요. 모든 측면을 생각해보고 실천할 때는 최소화하고 수학적으로 접근해요. 그래프를 만들어서 정리를 하는 식이죠. 어차피 제가 모든 걸 할 수는 없어요. 저는 도전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새로운 걸 하지 않으면 못 참는 성격이고요. 했던 걸 또 하는 걸 못 참아요. 재미가 없어요. 다시 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어야 할 수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그래요.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요. 나한테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안 하면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을 게 없을 것 같았어요. 계속 도전하면 나중에 다양한 캐릭터를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미래 설계적인 측면으로 부딪혔어요."
이어 "사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너무 없는 걸로 만들어내다 보니 힘들기도 하다. 특히 '마스터'는 제게 정말 많이 없는 측면의 캐릭터다. '전우치'를 처음 했을 때도 정말 힘들었다. 그런 캐릭터를 하고 나니까 오히려 '검사외전'에서 잘할 수 있었다. 모든 캐릭터를 아주 잘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 궁극적인 목표다. 무슨 캐릭터가 들어와도 다양하고 다른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다. 많이 갈고 닦아야 한다. 사실 다른 캐릭터도 비슷하게 연기해서 할 수 있다. 관객 분들은 그걸 편하게 느끼실 수도 있다. 너무 바뀌면 '쟤가 왜 저러지' 하실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3, 40년 후 생각하면 계속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기분 좋은 욕심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강동원은 "'반도'의 정석 캐릭터는 지금 제 나이대에 비로소 가지게 된 걸 활용했다. 저 염세적이지 않고 긍정적이다. 시니컬한 면도 있다. 스스로는 휴머니스트라고 생각을 한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이 뻔뻔해지지 않나. 그런 게 너무 싫고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도'애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동원은 "사실 걱정도 되지만 안도감이 있다. 경쟁작이 일주일 후에 없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없다. 여름 대작 갭오은 굉장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저도 경험해봤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난민 등의 정치적 메시지를 고려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재밌게 오셔서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반도'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사진 = NEW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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