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이후광 기자]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호투’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8일 광주 KIA전에 앞서 취재진에 “베스트 멤버를 정상 컨디션으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가 있는 한숨이었다. 지난 6월 초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데 이어 최근 외국인투수 크리스 플렉센까지 족부 두상골 골절을 당하며 선발 5자리 중 2자리가 공석이 됐다. 그래도 6월 중순부터 박종기라는 새 얼굴의 등장으로 이용찬 공백을 꾸역꾸역 메워왔지만 최근 힘이 떨어졌고, 여기에 또 한 명의 대체 선발을 구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런 가운데 이날 우완 사이드암 최원준이 선발 기회를 잡았다. 최원준은 2020 스프링캠프서 잠재적인 6선발 후보로 거론된 선수로, 올 시즌 주로 선발 바로 뒤에서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했다. 대체 선발 경험도 제법 있었다. 지난해 세스 후랭코프의 부상 때 잠시 선발 마운드를 책임졌고, 올해도 6월 12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김 감독은 “그래도 (최)원준이는 선발로 나갔을 때 괜찮게 던졌다”고 신뢰를 보였다.
최원준은 이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이드암을 대비해 2번부터 6번까지 좌타자를 배치한 KIA 타선을 5이닝 5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한 것.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1회 1사 1, 3루, 2회 무사 1, 2루, 3회 무사 1루, 4회 2사 1, 2루 위기를 연달아 극복해낸 뒤 5회 첫 삼자범퇴를 치르고 5이닝 무실점 임무를 완수했다. 투구수는 87개. 종전 2019년 6월 22일 인천 SK전 85구를 넘어 개인 최다 투구수까지 경신했다.
최원준이 단비와 같은 호투를 펼치며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2군에서 호투 중인 이승진을 비롯해 박종기, 김민규, 김명신 등 많은 선발 후보들이 있지만 일단 두 자리가 비었기에 한 자리 정도는 확실한 투수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구멍난 두 자리와 관련해 “있는 자원으로 가겠다. 테스트를 받은 토종 투수들이 꾸준히 잘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최원준이 그 기회를 잡은 듯하다.
[최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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