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극본 이수하 연출 고재현 박봉섭)에서 배우 서지혜(36)가 맡은 우도희 역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매우 어렵다. 극중 김해경(송승헌)과 e메일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다 "시벨롬! 아, 욕 아닙니다. 프랑스어로 잘생긴 남자라는 뜻이에요. 박사님께서 미남이라는 소문이 자자해서요"라고 사이다 발언을 날리는가 하면 웃었다 울었다 극심한 감정기복을 보일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도라희'라는 찰떡 별명이 붙었을 정도. B급 '병맛' 콘텐츠를 기획하는 웹 동영상 채널 투앤박스 PD인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기도 하다.
지난 17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서지혜는 "직설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캐릭터가 재밌게 느껴졌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도희를 연기하면서 오히려 힐링이 됐다"고 했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서 부담이 컸어요. 촬영 전부터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고요. 다행스럽게도 감독님을 비롯한 제작진께서 잘 이끌어주셔서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풀렸어요.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었지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었죠."
올 초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평양 퀸카 서단 역으로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글로벌 팬심을 사로잡은 서지혜. 도도한 서단과는 180도 다른 천방지축 도희를 만난 탓에 고생이 많았단다. 그는 "도희를 준비하는 기간이 3주도 안 됐다. 대사를 하다가도 서단 말투가 튀어나오더라. 준비하는데 굉장히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1년에 두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컸어요. 두 캐릭터를 잘 끝낼 수 있어서 뿌듯해요. 섭섭하기도 했지만 시원했고요. 별 탈 없이 마무리해서 다행이죠. 주변에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또 한 번 주인공을 맡아서 축하도 받았어요. 즐거웠던 1년이었어요."
'저같드'는 이별의 상처와 홀로 문화로 인해 사랑 감정이 퇴화한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썸 타듯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로맨스 드라마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서지혜는 드라마 속 음식 심리 전문 정신과 의사 김해경으로 분한 송승헌(45)에 대해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다. 초반엔 적응하지 못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도희밖에 없다', '믿는다', '재밌다'고 응원해주셔서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어색함 없이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줬다"며 웃었다.
맞춤옷을 입은 듯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청자들의 극찬을 끌어낸 그에게도 나름의 고충은 있었다. 한 손에 액션캠을 들고 제주도 곳곳을 누비는 장면은 "오글거릴 정도 였다"고. "평상시라면 그렇게 안 하지 않나요? 하하. 그 신 찍을 때 제일 현타가 왔어요. 오글거려서 애드리브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NG가 나기도 했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워지긴 했지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시벨롬!"을 외친 순간을 꼽았다. 그는 "촬영 전 대본 연습을 했는데 그때도 되게 재밌었다. 잘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다들 재밌게 촬영했다. 욕을 살린다기보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게 임팩트가 더 클 거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지혜는 '저같드'를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 칭했다. "연기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가끔은 희열도 느꼈죠.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던 계기였어요. 재밌는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생겨요. 내 한계를 뛰어넘는다기보단 조금씩 늘려나간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두려움에 대해선 도전적이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2003년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해 어느덧 18년 차가 됐다. "어떤 배우로 거듭나고 싶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배우이기 전에 인간 서지혜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나를 다듬어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삶을 풍족하게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건강해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제 삶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 문화창고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