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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우리 젊은 선수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에디슨 러셀(26)은 사실상 현역 빅리거다. 2021시즌에는 키움 히어로즈가 아닌 메이저리그 한 구단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키움은 1군 데뷔도 하지 않은 러셀에게 "빅리거의 정석"을 실감하고 있다.
이미 키움 프런트들이 러셀의 좋은 인성에 감명 깊었다는 반응이다. 김치현 단장은 25일 고척 롯데전을 앞두고 양평 자가격리 기간의 미담을 소개했다. 입국 전 구단 관계자들이 미리 양평 펜션에 들어가 배팅 케이지도 설치하고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도 두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실제 스카우트팀의 한 책임자는 러셀과 자가격리를 함께 하며 한국 적응 및 개인훈련을 살뜰하게 도왔다. 러셀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김 단장은 "러셀이 고생한 구단 관계자들에게 커피전문점의 기프티콘을 줬다"라고 했다. 별 것 아니었지만, 그 별 것 아닌 것을 간과하는 사람도 많다.
24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가진 1군 선수단과의 상견례 직후에도 러셀의 따뜻한 인성이 드러났다. 김 단장은 "훈련을 도와주는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땡큐'라고 했다"라면서 "기본이지만, 기본을 잘 행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런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라고 했다.
아직 1군에서 뚜껑을 열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켜본 모습으로는 기대가 크다. 일단 자가격리 기간부터 개인훈련 스케줄을 직접 짜서 완벽하게 실천했다. 김 단장은 "트레이너가 붙어서 관리를 해준 것도 아니었다. 본인이 스케줄을 다 짜고 알아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음식 조절까지 알아서 했다. 이게 프로다. 이런 건 우리 젊은 선수들이 배우면 좋겠다"라고 했다.
25일 두산 2군과의 실전서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2루타 두 방에 단타 한 방. 유격수 수비도 5이닝을 소화했다. 김 단장이 보기엔 몸 놀림이 아주 경쾌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아 보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러셀은 자신에게 냉정했다. 김 단장에게 "3회 이후 몸 놀림이 둔해졌다. 지금 컨디션으로 내일 1군에 올라가면 내게도, 팀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라고 했다. 26일까지 2군에서 자신이 계획한 빌드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결국 러셀의 1군 데뷔전은 28일 잠실 두산전으로 확정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으로 인정 받은 유격수 수비에선 '기본'에 충실한 동작이 돋보였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타구가 오기 전 준비하는 자세가 엄청 좋았다.(스탠스와 스탭을 의미) 기본인데 안 지키는 선수가 많다. 첫 스텝도 경쾌하고 탄력이 좋았다. 타구를 잡고 글러브에서 빼내는 속도가 엄청났다. 타구가 많이 가서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정리하면 포구에서 송구까지 기본에 충실한 깔끔하고 정확한 동작이 돋보였다.
코치가 모든 선수에게 어드바이스를 할 수 없다. 때로는 선수 한 명이 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김 단장도 "국내선수들의 경우, 경쟁하는 입장이라면 서로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선수들이나 FA들처럼 자기 자리가 확실한 선수들은 공유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력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러셀이 우리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면 좋겠다. 러셀을 보고 배울 게 많을 것 같다"라고 했다.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성적 외에도 키움에 미칠 선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본에 충실한 러셀이라면 기대해볼 수 있다.
[러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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