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사실 부산에서 힘든 경기를 생각했는데…"
키움 히어로즈의 부상자명단이 화려하다. 에릭 요키시(골두), 이승호, 최원태(이상 어깨), 안우진(허리), 박병호(손목), 박준태(발목), 임병욱(햄스트링), 박정음(발목)까지. 장기결장 끝 돌아온 뒤 다시 이탈한 임병욱을 제외하면 모두 최근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그나마 이정후와 오주원은 짧게 쉬고 돌아왔다.
주축들이 빠질 때 대체 자원들이 튀어 나와 맹활약하며 팀을 구하는 게 연례행사가 됐다. 구단이 탁월한 스카우트 및 신인 육성, 2군 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는 덕분이다. 타선에선 김웅빈, 전병우, 허정협, 변상권이 좋은 활약을 한다. 김웅빈, 전병우, 허정협은 주전과 백업을 오갔으나 최근 꾸준히 출전해 팀 타선의 중심을 잡는다. 변상권은 퓨처스리그 톱타자 출신으로서 박준태의 공백을 완벽에 가깝게 메운다.
마운드에선 김재웅, 김태훈, 윤정현이 선발진에 투입됐다. 김태훈이 불펜으로 돌아가자 시즌 초반 제이크 브리검의 공백을 메웠던 조영건이 다시 선발진에 합류했다. 김재웅과 윤정현, 조영건은 선발로 재발견했다. 불펜에선 조성운, 임규빈, 양기현 등이 자주 등판한다. 세부 기록을 뜯어보면 압도와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메우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손혁 감독이 특히 주목한 4인방은 외야수 변상권과 투수 김재웅, 윤정현, 조영건이다. 일단 변상권은 안정적인 중견수 수비에 기대하지 않았던 타격까지 쏠쏠하다. 12경기서 31타수 10안타 타율 0.333 7타점 4득점.
손 감독은 "퓨처스에서 계속 1번을 쳤다. 공도 잘 본다. 쳐야 할 때와 출루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다. 9번에 두니 상위타선에 연결 하는 능력이 좋다. 볼카운트에 관계 없이, 주자가 있든 없든 자기 스윙을 해준다. 심장이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김재웅은 시즌 개막 전부터 대담한 성격에 좋은 수직무브먼트로 주목 받았다. 시즌 내내 추격조로 뛰다 기회를 잡았다. 26일 수원 KT전서 3이닝 1탈삼진 1볼넷 무실점했다. 그러나 1일 고척 NC전서는 5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볼넷 3실점했다. 패전투수가 됐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웠다.
손 감독은 투수들의 특징을 "불펜에서 좋은데 마운드에서 안 좋은 투수, 불펜과 마운드의 모습이 그대로인 투수, 불펜보다 마운드에서 훨씬 더 좋은 투수"로 나눴다. 김재웅은 맨 마지막, 가장 좋은 케이스다. 손 감독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도망가는 걸 잘 못 본다. 구속보다 볼 끝이 좋다. 작년에 퓨처스에서 선발로 던졌다.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템포 조절도 강점이다. 손 감독은 "템포 조절을 잘 한다. 본인이 뭔가 흔들리면 쉬었다가 던진다. 공격적으로 빠르게 던지기도 한다. 그건 일일이 벤치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으로 조절하는 것인데, 선발투수로서 충분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윤정현은 지난달 28일 부산 롯데전서 4⅔이닝 10피안타 1탈삼진 1사구 4실점했다. 좋은 투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도망가지 않고 과감하게 몸쪽으로 승부했다. 스트라이크가 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는 "윤정현에게 딱 한 가지 주문을 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달라고 했는데 잘 실천했다. 팀이 이기는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했다. 동국대 시절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정도로 가능성이 있었다.
폼이 다소 작은 측면이 있다. 손 감독은 "지금의 보폭보다 한 발을 더 벌리면 폼은 커지고 공의 속도도 더 나올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근력과 유연성으로 버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찢어지거나 부담이 오는 등 부상이 생길 수 있다. 투구밸런스도 깨진다. 올 시즌은 이 상태로 가는 게 좋다"라고 했다. 지금의 기회서 최선을 다하고, 문제점들을 올 시즌 후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
조영건은 2일 고척 NC전서 5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손 감독은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속구에 힘이 있었고 커브, 슬라이더, 포크도 좋았다. 공격적인 승부도 좋았다"라고 했다. 투구시 디딤발의 위치에 차이가 큰 약점이 있다. 투구밸런스가 불안하다는 뜻. 그러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확실히 최근 키움 부상자들의 이탈은 예년의 그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아무리 플랜B로 히트를 쳤던 키움이라도 이번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태생적으로 백업들은 약점이 분명하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플랜A가 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다만, 지금의 경험과 좌절이 훗날 약이 될 수 있다. 손 감독은 "잘해주고 있다. 이길 경기는 꼭 이기고 버틸 때 버텨보겠다"라고 했다.
[위에서부터 변상권, 김재웅, 윤정현, 조영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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